매일신문

매일춘추-극장의 중요성

전국연극제의 막이 올랐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날이다.

물론 지금까지 연극에 별 관심이 없었던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극장을 즐겨 찾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연극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적은 것은 관객 혹은 시민의 무관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연극을 제대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이쯤에서 관객의 수를 늘리고 연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요소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 번째 요소이자 기본적 요소는 당연히 '좋은 작품'이다.

이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그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다음으로 필요한 요소는 '기획과 마케팅'이다.

이는 관객의 수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그러나 이 두 요소 외에 의외로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극장이다.

여기서 극장의 개념은 공연을 위해 필요한 장치와 시설, 조명 등 극장 안의 기계적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대에 연극이 발생했던 시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극장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였다.

작품이 관객에게 평가를 받으려면 일단 관객을 불러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한국영화의 관객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은 우리 영화의 작품수준이 올라갔다는 기본적 전제 외에도 멀티플렉스 즉 복합상영관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어떤가. 극장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고 무슨 작품을 공연하고 있는지 알기도 어렵다.

최소한 서울의 대학로처럼 연극을 위한 문화거리가 생긴다면 그 문제점은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다.

연극을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연극 문화거리의 형태이든 혹은 소극장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한 건물 안에 들어가 있는 복합공연관 체제이든 상관은 없다.

현재의 숨은 그림 찾기 혹은 조각 맞추기처럼 서로 떨어져있는 극장으로는 관객을 모으기 힘들다.

그러므로 대구가 훌륭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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