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가 지난해 자인 단오씨름경기를 위해 경북도 기념물인 계정 숲까지 훼손해가며 씨름장을 만들었다가 철거한 뒤 올해 다시 만들기로 해 수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제28회 자인 단오-한장군놀이 행사기간에 민속씨름대회를 연다며 모두 8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자인면 서부리 계정 숲(경북도 기념물 제123호)에 씨름장을 만들었다.
당시 2천여명이 구경할 수 있는 관람석과 비가림시설까지 갖추는 바람에 숲의 상당 부분을 훼손하기도 했다.
게다가 경산시는 씨름장을 만들기 위해 앞서 2억여원을 들여 주변에 있던 테니스장을 자인공단으로 옮겼었다.
그러나 민속씨름대회가 끝난 뒤 작년 8월엔 수백만원의 예산을 다시 들여 씨름장을 철거했다.
주변 경관을 훼손하고 씨름장 웅덩이에 물이 고여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씨름장 철거의 속내막은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는 다르다.
씨름장이 도시계획도로를 침범했고, 또 이 숲이 경북도 수종보호지구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형상을 변경할 경우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시가 이를 어겼기 때문.
시는 다음달 21~23일 열리는 제29회 자인 단오-한장군놀이 행사기간에 치러질 대학씨름대회를 위해 다시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임시 씨름장을 만들기로 했다.
자인면 주민들은 "법과 규정을 지키고 한푼의 예산도 아껴야 할 경산시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수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이상인 문화공보담당관은 "당초 상설무대 등을 갖춘 열린문화마당에서 씨름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설계변경 때문에 준공이 늦어져 불가피하게 임시 씨름장을 만들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자인면 서부리 12필지의 계정 숲은 구릉지에 남아있는 천연 숲으로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자연 숲의 하나다.
이 숲에는 이팝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의 향토 수목들이 낙엽활엽혼효림을 이루고 있고, 계정 숲 안에는 한장군의 묘와 사당, 한장군 놀이 전수회관, 조선시대의 전통 관아인 자인현청의 본관이 보존돼 있어 자연유적지와 현장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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