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들이-산나물 한나절만 캐면 한바구니 가득

"봄철 입맛 돋우는 산나물 채취하러 오세요".

산나물이 제철이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도회지 사람들은 고작해야 시장에서 파는 도라지.고사리.더덕과 같은 산나물을 조금 사다 상에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아예 산나물 캐러 나서기도 한다.

5월 주말, 휴일이면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 동호회를 만들어 경북 곳곳 유명한 지역을 직접 찾아 산나물을 캐오는 것이 유행이다.

지방 곳곳의 산나물축제 또한 산나물 확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중국산이 아닌 이 땅의 싱싱한 나물인데다 직접 땀흘려 캔 나물이기에 맛은 더욱 더 좋을 터. 산나물로 이름난 경북 도내 몇 곳을 소개한다.

▨경북 동해안지역

포항은 바다와 함께 산과 계곡으로 유명한 곳. 해산물 못지 않게 많이 나는 것이 산나물이다.

산나물이 지천인 기북면, 기계면, 죽장면, 송라면, 청하면, 흥해읍과 장기면, 오천읍, 연일읍 등이 대표적인 산나물 산지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열린 '제5회 기북 산나물축제'는 경북 동해안의 대표적 산나물 축제. 기북면내 12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비학산, 침곡산 등 인근 야산에서 캔 산나물을 전시, 판매했다.

올해는 기북 산나물이 '무공해 산나물'이라는 인식이 퍼진 탓인지 포항, 경주는 물론 대구, 영천 등 먼거리 관광객까지 1만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맛있는 산나물을 사기 위해 인근 도로변은 심한 교통체증을 겪었고 산나물은 오후 2시쯤 모두 동이 났다.

나중에 온 관광객들은 괜한 헛걸음만 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산나물 캐러 간다니까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따라나선 사람들은 30여종의 토종 산나물 표본을 보고 우리 산나물이 어떤 것인지 배우는 등 산교육장이 되기도 한다.

기북의 대표적 산나물은 참나물.취나물.어느리.참취.곰취.수리취.다래순.남방잎.머구.도라지.고사리.더덕 등으로 토종 산나물. 이곳 주민들은 해마다 산나물축제를 통해 3천만원 이상의 농외소득을 올려 짭짤하다.

인근 죽장면도 동대산, 면봉산, 봉화산, 보현산 등 산과 계곡이 깊어 산나물이 많이 나는 곳이고, 포항 남구의 장기면과 연일.오천읍에도 참나물.참취.곰취 등 토종 산나물이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산나물이 많이 나는 4월초부터 5월중순까지 5일장으로 유명한 오천장(장날 5일.10일)에 가면 인근 야산에서 채취해 온 산나물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손쉽다고 해서 마냥 시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나물 생산량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산림은 물론 산나물 보호를 위해서도 간벌이 중요한 실정이라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청송.영양지역

청송.영양지역은 요즘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산나물이 한창이다.

산 중턱에 잘 닦아놓은 임도를 따라 산속에 들면 지천에 깔려있는 것이 산나물이다.

청정 산나물의 보고인 청송.영양지역의 산나물은 보통 5월 초순부터 6월 말까지 채취할 수 있다.

영양군청 김진구 총무담당은 "주말 전국에서 몰려오는 산나물 채취꾼들은 줄잡아 3천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이곳 산나물은 참나물과 음나물.미역취.고사리.취나물 등 150여종. 각종 산나물과 산더덕.산도라지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산나물은 먹어보면 확실히 그맛과 향이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 산나물을 채취해보는 것도 소중한 체험이다.

대구 동부정류장에서 출발, 영천을 지나 35번 국도를 따라 1시간쯤 지나면 청송 안덕면 소재지. 여기서 안덕면 명당3리 지방도 908호 도로변 옆 염짐산(속칭 댕댕이)은 지난 2001년 산불이 난 곳으로 이곳 야산에는 고사리와 산더덕, 도라지가 많이 난다.

참나물이 많이 나는 곳은 청송읍 월외2리 속칭 너구댕댕이와 부동면 상의리 주왕산국립공원 내마원마을 부근에서 채취할 수 있다.

또 부남면 대전리 청송 자연휴양림에는 고사리와 두릅.음나물.취나물.더덕.산도라지 등을 채취할 수 있다.

한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나물은 영양 일월산과 석보면 명동산에서 볼 수 있다.

일월산 장군봉(해발 1천392m)부근에 자생하는 산나물은 금죽.참나물.나물취 등이 있고, 영양군과 봉화군 경계부근인 일월터널에서 입산해 봉화군 명호방면으로 들어가면 참나물과 나물취.금죽 등 30여종의 산나물을 캘 수 있다.

또 일월산 정상 월자봉 황씨부인당 부근에는 나물취와 참나물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석보면 명동산(해발 812m)은 주로 6부 능선 이하에서 고사리.더덕.나물취.다래순.두릅 등을 채취할 수 있다.

특히 해룡사 부근에는 더덕.나물취.다래순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도로변에서도 채취가 가능하다.

산나물 채취가 금지된 관광객들은 영양읍 상설시장 산나물장터에서 싼값에 살 수 있다.

흥정하면 더욱 싸다.

▨영주.봉화지역

취나물.다래순 등 산나물 하면 영양.봉화를 떠올린다.

도립공원 청량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시장에서도 한금을 더 쳐준다.

일반 야산의 나물보다 향기가 더 진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내 남부지역의 경우 벌써 고사리가 패고 나물 심이 생기는 등 조만간 철이 지날 무렵이지만 봄이 더딘 북부지역은 지금부터다.

도립공원내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청량사 북쪽편과 길계리로 이어지는 청량산 북쪽 방면의 경우 요즘 다래순 따기가 한창이다.

담백하고 풋풋한 다래순 무침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산나물. 살짝 데쳐 참기름 간장에 조물조물 무쳐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사찰에서는 연한 순을 삶아 그늘에 말리기도 한다.

이 다래순은 관창리와 북곡리 등 낙동강변 일원에 조성된 농촌체험마을 주변에서도 쉽게 채취할 수 있다.

명호면 길계리 문명산과 재산면 상리리 미림산도 각종 산나물이 많기로 소문나 있다.

소천면 서천리 제비산과 재산면 동면리, 봉화터널, 영양터널을 거쳐 영양군 일월면 일월산으로 이어지는 봉화-영양간 국도 31호선 주변은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손만 뻗치면 그냥 산나물을 뜯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취나물은 줄기가 새끼손가락 만큼이나 굵을 정도며 최근 잦은 비로 음지마다 돋아난 아기손 고사리도 억새만큼이나 흔해 누구라도 뜯어 볼 수 있을 정도다.

미역취, 개미취, 참나물, 산도라지, 자네싹, 고추대, 당귀싹, 산마늘 등 갖가지 나물에다 산 중턱(5부능선) 이상에서는 종종 더덕 순도 진한 향기를 풍기며 발견되기도 해 나물보따리를 둘러맨 채 산허리를 누비는 산채꾼들의 콧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산나물이라면 국립공원 소백산이 위치한 영주지역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곳. 소백산 언저리인 단산.순흥면 일원은 음지쪽 야산 어느 곳에서도 도로변에서 조금만 오르면 산나물이 눈에 띈다.

박종순(59.순흥면 내죽리)씨는 "소백산에서 계곡물이 곧장 순흥저수지로 이어지는 덕현리 일원은 말 그대로 산나물 밭"이라며 "산나물 이름을 아는 이면 누구든지 한나절에 한보따리씩 뜯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산나물 채취는 늦게는 6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또 순흥면에서 초암사로 이어지는 배점리 죽계구곡 일원도 온갖 산나물이 돋아난다.

이곳은 산나물을 밭에 재배하는 등 산나물을 농사일로 삼고 있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양지쪽의 경우 갓 동면에서 깨어난 뱀이 많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일난다.

장화를 신고 산에 오르고 산나물 주변에 뱀이 없는지 막대기로 두드려 보는 등 조심해야 한다.

독미나리 등 독초와 벌 등 독충도 조심해야 한다.

산나물을 잘 모르는 사람은 아는 산나물만 채취하는 게 가장 안전한 산나물 채취방법이다.

임성남.권동순.김경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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