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모내기철이다.
우거진 신록과 향기로운 풀을 적시는 녹우(綠雨)가 때맞춰 내려 올해 논물 걱정은 한시름 놓은 상태이다.
농부들은 가을 황금빛 들녘에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분주한 손놀림으로 모를 심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농민들이 농사나 축산을 통해 얻는 농업소득 중 쌀 소득의 비중이 50.3%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밝혔다
이같은 비중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발효직전 연도인 1994년에 비해 11.1%나 높은 수준이다.
쌀의 경제적 및 사회적인 중요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농촌에서는 아직 주된 소득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4% 내리고, 수매량도 5만섬이나 줄였다.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의 선택이라고 하나 농민으로서는 영 마뜩찮은 결정이다.
국회 동의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될지 두고 볼 일이나 쌀농사에 목을 매달고 모내기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가볍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중국.미국 등과 벌이고 있는 쌀협상에도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농민들은 정부가 '소득보전의 고리'를 만들어 주기를 절박한 심정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민들이 느끼는 오늘의 농촌은 어떠한가.
농민 절반이 5년 전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이 지난해 연말 전국농민 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9.6%가 "5년 전보다 농촌의 생활수준이 못하다"고 응답, 힘겨워진 농촌생활을 대변했다.
또 66.5%가 "5년 뒤에는 생활수준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수 농민들이 불확실한 오늘의 농촌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농촌인력의 부족과 고령화, 생활을 꾸리기 힘들 정도의 소득감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살맛 나는 농촌"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농민들의 인식을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해소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농민들이 올해부터 10년간 119조원이 투자되는 농업.농촌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8.4%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나타내 현 정권의 농업정책에 대해 불신감을 표출했다.
'장밋빛 정책'이나 '그럴 듯한 대안'에 대해 농민들은 더 이상 신뢰감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을 농정당국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매미'-폭설의 상처는 아물었는가.
지난해 9월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매미'는 일부지역 농촌을 폐허로 만들었다.
가옥이 부서지고 결실을 앞두고 있던 벼 등 농작물을 심어 놓은 논과 밭에는 자갈과 흙더미가 덮쳐 농민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때아닌 3월의 폭설대란은 비닐하우스 재배농가와 양축농가를 울리며 영농에 대한 회의감만 더해 줬다.
폭우.강풍.폭설 등 자연재해로 망가진 농촌현장은 그 당시 '특별재해구역'으로 지정해 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응급복구를 마쳤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그 현장을 다시 찾아 삶의 터전, 영농기반의 모습을 제대로 갖췄는지 살펴 피해농민들의 소외감을 떨쳐내야 한다.
농민들이 영농에 대한 자긍심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에 힘을 더 쏟자.
정부와 여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갖가지 유인책을 요란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농사짓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리는 왜 크게 나오지 않는지 의아스럽다.
농촌경제도 경제다.
튼튼한 농업기반이 마련돼 수입이 늘면 작금의 경제위기극복에 한몫을 할 것이다.
4.15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 명실상부한 여당으로 등장한 열린 우리당의 총선 때 농촌공약이 잘 지켜지는지 두눈 부릅뜨고 체크하자. '다양한 직불제를 농가소득의 110%까지 확대',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료의 50% 정부 지원' 등….
약속이 지켜지면 윤기가 나는 농촌을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약을 어기면 다음 선거때 표로 심판하면 될 일이다
농민들은 끈질긴 자생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적절한 농업정책이 뒷받침되면 농촌은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119조원이나 쏟아 붓는데…"하며 눈길을 늦춰선 곤란하다.
"농사 물정 안다니까 피는 나락 홱 뺀다"는 속담을 농정당국은 새삼 음미해 볼 때이다.경북북부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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