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은 감각의 오아시스다.
사랑에 취한 두 연인이 입술을 맞대면 온 몸의 호르몬과 신경,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감각 메시지들은 극도로 빠르고 예민하게 움직인다.
전기가 통하는 듯 짜릿한 순간,'시네마 천국'의 막이 오르고 키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영국의 키스 전문가 애드리언 블루가 지은 '키스의 재발견'(예담 펴냄)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행위 정도로 여겨졌던 '키스'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풀어낸 책이다.
"키스는 인류의 전 역사를 말해준다"는 저자의 말처럼 생물학과 인류학, 철학, 신화와 문화, 미술 등 방대한 영역과 고대 로마의 시인 카툴루스에서부터 셰익스피어와 단테, 카마수트라, 그리스 신화를 거쳐 '시네마 천국' '카사블랑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키스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저자에게 있어 키스는 상호적이고 동등한 행위이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에서 크레시다는 이렇게 묻는다.
"키스할 때 당신은 주는 쪽인가요, 받는 쪽인가요?" 대답은 둘 모두이다.
키스는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키스를 하면서 상대와 자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역사 상 가장 비 낭만적인 키스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꼽는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잠들어 있다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당하는 키스는 절대로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키스의 패러다임이 서로서로의 관계, 즉 뒤섞임과 친밀감이라고 말하면서도 키스가 사랑을 약속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확실한 점은 키스의 충동이 허기질 때의 식욕만큼이나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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