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無禮/권위주의

옛날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 했다.

2천300여년 전, 공자(孔子)의 7대 손 공빈(孔斌)이 고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은 이를 말해준다.

'그 나라는 비록 크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그 나라의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

풍속이 순후(淳厚)해서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는 것을 서로 미루며, 남자와 여자가 따로 거처해 섞이지 않으니, 이 나라야말로 동쪽에 있는 예의 바른 군자의 나라(東方禮義君子之國)가 아니겠는가?'. 공자는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다고까지 말했다고 이 기록은 전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는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무례' '불친절' '질서의식 결여' 등이 대표적일 정도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듯이, 외국에 나가 벌인 일부 한국인들의 추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한 터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는지, 어느 나라 호텔업계는 한국 관광객들을 '기피 고객' 리스트에 올렸다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는지 오래됐다.

▲요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안하무인(眼下無人)형'을 최악의 지원자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가 인사담당자와 구직자 1천680명을 대상으로 '최고 및 최악의 지원자와 면접관'을 설문조사 한 결과다.

인사담당자들은 인상 안 좋은 지원자로는 안하무인형을 1순위(37.1%)로 꼽았고, 그 다음이 '동문서답(東問西答)형', 자신감 없이 얌전하기만 한 '위축형' 순이다.

▲반면 가장 좋은 인상을 준 지원자로는 입실에서 퇴실까지 예의를 잘 지키는 '예의범절(禮儀凡節)형'(33.1%)을 꼽았으며, 자신의 감정은 물론 기업 정보까지 꼼꼼히 파악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형', 자신감 넘치는 '위풍당당(威風堂堂)형', '미소형' 등이 그 다음으로 선호됐다.

한편 구직자들도 자신의 유형과는 상관없이 면접관 중 '권위주의형'을 가장 미워했고(30.7%), 답변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형'을 가장 고마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독일인은 합리적.조직적이고, 프랑스인은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이며, 영국인은 완고한 반면 미국인은 현실적이라 한다.

그런 기질이 나라의 힘이 되기도 했다.

우리의 가장 큰 미덕이었던 예의범절이 날로 허물어지고, 기성세대들은 권위주의에 빠져 있다면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 지구촌에서 무례와 불친절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서야 되겠는가. 이번 조사에서도 그런 인식은 시사되고 있듯이, 그 실천이 문제다.

우리는 공자도 부러워한 나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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