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디 히트 (Body Heat)'

교미가 끝나면 숫 사마귀는 암컷에게 산 채로 먹힌다.

살점이 뜯어 먹히면서도 숫놈은 절정의 여운이 남아 진저리를 친다고 한다. '팜므 파탈:Femme Fatale,요부' 영화에는 피와 비릿한 정액 냄새가 배어 있다. 수렁에서도 사악한 악녀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몸서리치게 피맛을 본다.

'보디 히트'(1981)의 네드 라신(윌리엄 허트)이 바로 그런 수컷이다.

그는 바람둥이에 정의감이라고는 없는 변호사다. 어떻게 보면 실패한 인생이다. 그런 그에게 매력적인 여인 매티(캐서린 터너)가 접근한다.

매티가 말한다. "저는 결혼한 여자예요". "무슨 뜻이지요?"라고 그가 대꾸한다. "교제할 상대를 찾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 순간 그녀의 속마음을 읽는다. 그녀의 말과 의미는 상반된 것이다. 그녀는 "접근하지 말아요"라거나 "내 결혼 생활은 행복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제할 상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은 더 적극적인 유혹의 은유다.

그녀는 "풍경소리를 들어보라"고 그를 집에 초대한다. 그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려 하지만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을 수 없다. 그녀의 집을 나와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유리문 너머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애원하듯 달아오른 눈빛. 그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이 장면은 '보디 히트'에서 최고의 에로틱한 장면이다. 둘의 몸은 이미 욕정의 합치를 이루었다. 다만 어떻게 옷고름을 풀지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유리문 너머의 매티는 숨을 멈추고, 애절하게 라신을 응시한다. "약속을 깨도 좋아요"라는 듯한 메시지가 눈빛에서 철철 흐른다. "나를 어떻게 해 주세요".

욕정에 잡힌 둘은 거실 바닥에서 진한 정사를 나눈다. 그 유혹은 바로 덫이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보디 히트'는 1982년 국내 개봉돼 무려 35만5천명이라는 대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에 35만명은 엄청난 흥행성적이었다. 악녀와 그의 늪에 빠진 한 남자의 관능적인 장면으로 인해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캐서린 터너의 육감적인 몸매와 그 속에 숨어 있는 사악함은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의 배경은 플로리다의 작은 해변 마을. 더위와 땀으로 끈적이는 곳이다. 에로틱과 스릴이 어우러져 숨을 턱턱 멎게 하는 설정과 잘 맞아 떨어진다.

어느 날, 금방 끝낸 정사의 여운이 남은 침대에서 매티가 장난스런 말을 던진다. 남편을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 둘 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라신은 그녀의 암시에 동의한다. 그리고 남편을 죽여 인적이 드문 곳에 폭탄을 설치해 시체와 함께 폭발하도록 한다.

그러나 문제가 꼬인다. 남편의 유언장에 변호사 라신의 서명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시체에서 타살의 의혹이 터져나온다. 타살의 증거물을 찾기 위해 보트 창고를 가는 라신은 고민에 빠진다. 매티가 또 하나의 폭탄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라신은 매티에게 총을 겨누고 직접 증거물을 가져오도록 한다. 잠시 후 라신이 총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뛰어간다. 그 순간 창고는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에 휘싸인다.

라신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다. 과연 매티가 죽었을까. 어느 해변,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한 여자, 매티를 비추면서 영화는 끝난다.

'보디 히트'는 에로틱 스릴러의 정점에 선 영화다. 한 남자를 속이고 철저히 완전범죄를 달성한 악녀의 이야기를 스릴 넘치게 그려냈다. 현재까지 많은 '팜므 파탈' 영화가 나왔지만, '보디 히트'를 능가하는 작품은 없었다.

감독 로렌스 캐스단은 시리나오 작가 출신이다. 그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이더스'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82년 당시 '보디 히트'는 같이 개봉한 '레이더스'를 능가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그는 두 편의 상이한 영화로 한국 관객에게 '오금이 저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에로킹(에로영화 전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