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죠스 (Jaws)'

'죠스'(1975년) 원작은 상당히 에로틱하다.

'건전 사나이' 스티븐 스필버그는 피터 벤칠리의 소설 '죠스'에서 에로틱한 장면은 대부분 드러냈다. 상어소설에 무슨 에로틱이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원작은 여느 에로틱 소설을 능가한다.

주인공 브로디 서장(로이 샤이더)는 유약하고 겁이 많은 인물. 그런 그가 '하이 눈'의 게리 쿠퍼처럼 상어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한다. 허약한 인물의 국난 극복기는 고전적인 스토리지만, 아직까지 사랑받는 '위대한 스토리'다.

그를 나약한 인물로 그리기 위해 벤칠리는 한가지 설정을 더했다. 아내의 배신이다. 상어의 도전에 외간 남자의 '가정 침탈'까지 더한 것이다. 독자는 브로디 서장이 처한 형편이 딱하고 위태롭기 짝이 없게 느껴진다.

아내 엘런 브로디(로레인 게리)는 작은 해변도시의 일상을 따분해 하는 여인이다. 뭔가 새로운 충격을 원한다.

어느 날 도시에서 맷 후퍼(리처드 드레이퓨스)가 온다. 그는 상어 생태연구가로 여느 과학자와 달리 거칠다. 따분한 남편과의 권태를 이겨내 줄 수 있는 인물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녀는 후퍼를 유혹하고, 후퍼 또한 그녀의 유혹을 즐긴다.

좁은 동네. 주위의 눈을 피해 성욕을 표출하는 엘런. 조신한 그녀의 '성녀(性女)'로의 변신은 흥분으로 가득 채워진 서스펜스나 다름없다.

데이트를 신청한 엘런. 머리 속은 후퍼와의 섹스 환상으로 가득차 있다. 사무실에서 일찍 조퇴한 그녀는 슈퍼로 향한다. 새 팬티를 사서 화장실에서 갈아 입는다. 그리고 향수를 사서 겨드랑이며 옷에 뿌린다. 물론 팬티 속에도 뿌린다.

남의 눈을 피해 이웃 동네 레스토랑에서 만난 둘은 우아한 점심을 든다. 엘런은 맛을 못 느낄 정도로 흥분돼 있다. 후퍼는 중년 여인의 본능을 직감한다.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곧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대화의 수위는 진격과 후퇴를 거듭하며 감질나게 한다. 곧 채워질 듯 하다가 마는, 밀고 당기는 진퇴의 연속이다. 느긋한 것은 후퍼다. 밀고 당길수록 엘런의 입술을 바짝 바짝 타들어간다. 이미 몸은 섹스에 연동되도록 충분히 흥분돼 있다.

급기야 둘은 섹스 이야기로 방향이 모아진다. 엘런은 용기를 내 말한다. "당신의 물건이 대단할 것 같아요". 후퍼가 응답한다. "당신 것도 보고 싶구려". 그리고 둘은 함께 일어선다.

이 장면은 3~4 페이지에 달한다. 호텔에서의 '본론'은 생략된 채 '탐색전'만 정교한 묘사로 그려져 있다.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중년 남녀의 대화가 서스펜스로 넘친다.

특히 상어의 위협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남편을 등지고 벌이는 아내의 불륜 행각에 독자마저 철저한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벤칠리는 이 장면을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을 보듯 긴장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외부의 침략에 맞서는 외로운 사나이에 대한 이미지를 증폭시키기 위해 장치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공포의 대상을 상어로 집중시키기 위해 이 장면을 뺐다. 이중의 위협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할 위험성이 큰 때문이다. 물론 이 공포영화에 질펀한 에로틱을 삽입할 만큼 아둔한 스필버그도 아니었다.

그러나 소설을 접한 관객은 브로디의 절박함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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