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현안 문제나 장래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선진국인 프랑스에서는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프랑스는 선진, 우리는 후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분명 프랑스는 선진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후진적인 구석도 적지않다.
일반적으로 유럽 사회가 그렇듯이 프랑스도 매우 안정적인 사회다.
구체제를 한꺼번에 뒤엎는 유혈의 대혁명을 거치면서 '자유, 평등, 박애'를 인류 보편의 가치로 승화시킨 나라이다.
그 당연한 결과로 시민사회가 확실한 뿌리를 내린 나라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한 법치국가이며,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공교육이 무상 실시됨으로써 교육의 기회균등이 보장된 나라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사회보장제도도 자랑한다.
또한 '나와 너'가 인격의 주체로 평등권을 누리는 만큼 의무의 이행이 수반되는 건전한 개인주의 기틀도 이루었다.
산업분야도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잘 꾸려 오고 있다.
패션, 화장품, 명품 등의 이미지는 상당히 국한된 프랑스의 이미지다.
세계 최고의 고속전철은 물론, 보잉사와 어깨를 겨루는 항공산업(Airbus), 민간 인공위성 발사분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아리안 스페이스(Ariane Space), 70년대 초 오일 쇼크 극복을 위한 대체 에너지로서 개발해온 원자력 발전소의 대성공 등, 그 리스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조직에도 탁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몇 백년 전의 도시들을 잘 보존하고 인구 당 차량보유 대수가 우리보다 많은데도 교통은 우리보다 원활하다.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등도 마찬가지다.
도시경영에 대한 엄청난 노하우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주 35시간제의 프랑스가 우리보다 1인 당 국민소득이 2배 반 이상 높다.
우리보다 생산력이 4, 5배 앞선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곳도 많은 약점과 문제점, 후진적인 구석이 존재한다.
그 이유를 프랑스식 선진국형 콤플렉스에서 찾아보려 한다.
프랑스 사회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안정성에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프랑스는 자연환경, 문화, 역사, 경제적 힘 등 어디로보나 부러울 것이 없는 나라다.
자급자족이 되고도 남는 농업환경, 세계적인 유명 식품들과 음료의 산지 및 생산국, 천혜의 자연환경에다 빼어난 문화와 역사적 유물 등. 그러기에 '프랑스에서는 인간이 신처럼 생활한다'며 부러워 하는 독일 속담에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적 안정성, 자기 만족감 등이 동시에 사회의 정체를 유발시켜 역동성을 희석시킨다.
이는 개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적 여론 수렴이 필요한데, 프랑스의 경우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엄청난 적자로 파경에 이른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은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가까운 장래에 사회보장제도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위기의식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처럼 보장된 제도에 안주하며 새로운 변화에 예민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프랑스식 선진국형 콤플렉스라고 부르고 싶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교육 개혁이다.
국가예산에서 교육부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교육공무원이 무려 120만 명을 넘는 세계 최대의 '매머드' 집단이지만, 교육의 질과 효율성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급속한 세계 변화에 적응할 교육 프로그램 개혁은 미온적 상태를 넘어 심한 우려를 자아낼 정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사회가 고여있다는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의 인류 보편가치를 전세계에 전파시킨 나라지만, 80% 이상의 정계 및 재계 인사들이 부르주아 출신이라고 한다.
사회의 계층 이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프랑스의 퇴락을 경고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장홍=△1960년생 △성균관대 △고문서학 특수대학원(Université de Haute-Alsace) △마르끄 블로슈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유럽(프랑스), 한코리아(한국), 한차이나(중국) 대표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및 한국대표부 대표 △경상북도 프랑스 명예 자문관 및 명예 외교관 △한-알자스 친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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