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만난 전지현 '올드보이보단 섹시걸'

최근 국내는 물론 홍콩과 중국에서도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곽재용 감독.3일 개봉.이하 여친소)의 인기비결은 뭘까. 참신한 시나리오, 아니면 감각적인 연출력?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친소'의 매력은 '전지현'이라는 세 글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하다.

배우로 데뷔한지 올해로 6년째인 그녀의 얼굴은 배역에 따라 줄곧 변하기 일쑤였다.

'화이트 발렌타인'을 시작으로 '시월애'를 거쳐 그 대단했던 '엽기적인 그녀'와 '4인용 식탁'까지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 보여준 순진, 상큼, 발랄, 엽기, 섹시, 진지 등 제각각 차별화된 인물상은 전지현(23)이 왜 대단한 배우인지 알게 해 준다.

새 영화 '여친소'에서도 전지현은 또 다른 '그녀'로 태어난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보여줬던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런 연기와 재미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감을 안고 극장 문을 나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전지현의 야누스적 섹시함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딱'이다.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

영화 '여친소'는 괄괄한 여경 경진(전지현)과 순진한 고등학교 물리교사 명우(장혁)의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러브스토리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슬픈 멜로 영화. 한참을 웃다보면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게 만든다.

소매치기를 체포했다고 주장하는 경진과 소매치기를 쫓다 그녀에게 잡힌 명우. 그들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후 청소년 지도 단속 파트너로 다시 만나게 된 둘은 이번엔 사고로 함께 엮이는 바람에 하룻밤을 지새우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좌충우돌 사랑은 싹이 튼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왜 그렇게 친근감(?)이 드는 걸까. 곽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와 전개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태현도 카메오로 영화에 얼굴을 비출 정도니. 게다가 지난 1990년 전국에 언체인드 멜로디 열풍을 불게 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원제 Ghost)까지 덮어씌운 흔적은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난 전생에 바람이었을거야. 내가 없을 때 바람이 불면 그게 난 줄 알아". 두 사람의 가슴 시린 사랑을 예고하는 이 복선 깔린 대사는 곽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상징하지만 또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애절했던 사랑을 14년 만에 다시 생각나게끔 한다.

그러나 3일 한국과 홍콩 동시개봉, 11일엔 중국 전역에서 개봉하고 올 연말에는 일본 극장가에도 걸릴 예정인 '여친소'는 올해 아시아에 전지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느낌이다.

그녀의 섹시어필한 매력이 얼마나 많은 남성들의 발길을 극장가로 향하게 할까. 상영시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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