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수업시간에 산만한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때는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조용하라'는 소리도 아이들의 소음에 그대로 파묻히기 일쑤다.
남녀공학임에도 남녀 분반으로 이뤄진 우리 학교의 경우에 남학생반 숫자가 42, 43명이다.
교실 뒤쪽 사물함 앞에까지 빼곡이 앉아 있어서 아이들이 다닐만한 통로도 확보되지 않는다.
수업 중에 잡담하는 것이 몸에 밴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놀란 점이 하나 있다.
이전 아이들보다 교사들에게 무척 정을 내는 점이다.
꾸중을 해도 '다음엔 잘할게요' 라는 눈빛으로 웃는 아이들도 많다.
갈수록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풍토에서 올해의 경험이 흔한 것이 아니다.
마치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것 같은 눈으로 교사인 나를 바라볼 때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작년 담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키웠구나. 사랑으로 대했구나'. 처음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일이 지나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올해 마흔 두셋의 한 반 인원수에 비해 작년엔 남자반 학생수가 32, 33명 정도였던 것이다.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교사들은 10명 정도의 차이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안다.
큰소리로 꾸중할 일도 시간을 내어 타이를 수 있다.
학생들 개개인의 상태와 기분도 훨씬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다.
빗나간 언행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훨씬 여유있고 너그럽게 대할 수 있다.
한 반 인원수가 모든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재 공교육의 문제점과 교실 붕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 교사들은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교육 개혁이 작년보다 후퇴한 한해가 되고 있다.
한반 평균 35명에서 0.1명만 모자라도 그 학년의 반수를 줄여 버렸다.
작년에 9개반으로 들어온 우리 학교의 경우 2학년에 올라올 때 8개반이 되었고 13개반으로 들어온 인근 학교의 경우에도 2학년 반편성에선 12개반으로 줄어 들었다.
당연히 한 반당 인원 수는 늘어났다.
대구시내 상당수의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OECD 가입 국가 기준으로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가 최고 수준에 육박하는 현실이 우리나라가 공교육의 실태다.
몇 년 전부터 교육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단히 반 당 인원수를 줄여왔는데 올해의 처사는 그것에 역행하는 개악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산만한 아이들이 늘어가는 것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40명 가까운 아이들을 데리고 그들의 반응과 호응을 받아들이며 수업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십 년 전 60명을 데리고 수업할 때보다 훨씬 힘듦을 느낀다.
많은 인원수로는 토론이나 주제 발표 등의 수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한편으론 해결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다.
'공교육에 투자부터 해보자'고…. 적은 인원수로 오손도손 수업할 수 있게, 잡무에서 해방되어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그런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더 이상 황폐해지기 전에….
박영숙(구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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