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복많은 사람

옛날 옛적 어느 곳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이 사람은 한평생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살았어. 어려서는 좋은 부모 밑에서 반듯하게 잘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는 아들딸 여럿 낳아 모두 병 없고 탈 없이 잘 키웠고, 늙어서는 효성 지극한 아들 며느리 거느리고 천석꾼 부자로 사니까 근심걱정이 있을 게 뭐야? 그래서 이 노인은 입만 열면 '나는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다.

나는 복 많은 사람이다'하고 자랑하고 다녔어.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 노인을 가리켜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라고 했지.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 아주 이름이 돼버린 거야.

이 때 대궐에 사는 임금이 이 소문을 들었어.

"아니,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한 나라의 임금이라는 나도 근심걱정에 싸여 지내는데, 세상에 근심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군. 내가 한번 만나봐야지".

임금이 당장 신하들을 보내 그 노인을 대궐로 불러들였어.

"듣자니 그대는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산다는데 그게 정말인가?"

"예, 그러합니다".

"어째서 그럴 수 있는 거지?"

"작은 근심걱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금방 풀어지고 풀어지고 해서 하루를 넘긴 적이 없습니다".

임금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면 참 복 많은 사람이겠거든. 정말로 그런가 어디 한번 보자고 임금이 노인에게 구슬을 하나 줬어. 그러면서 단단히 일렀지.

"이 구슬을 줄 터이니 간수를 잘 했다가 언제든지 내가 부르면 도로 가져오게나. 만일 잃어버리는 날에는 큰 벌을 받을 것이야".

그래 놓고, 노인이 떠난 뒤에 가만히 신하 한 사람을 불러서 은근히 일렀어.

"너는 당장 노인의 뒤를 몰래 따라가다가 틈을 봐서 구슬을 빼앗아 물에 던져버려라".

그래도 근심걱정이 없는가 어디 한번 보자고 하는 수작이지, 그게.

신하가 임금의 명을 받고 몰래 노인의 뒤를 따라갔어. 노인이 자기 집에 가려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기에 저도 같은 배에 탔지. 그리고 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노인에게 달려들어 구슬을 빼앗아서 강물 속에 던져버렸어. 그러고는 날쌔게 도망가버렸지.

노인이 구슬을 빼앗기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이것 참 걱정이 태산이거든. 언제든지 임금이 부르면 구슬을 도로 갖다 바쳐야 할 텐데, 그걸 잃어버렸으니 걱정이 안 될 수 있어?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끙끙 앓으니까, 아들이 그걸 보고는 저희 아버지가 기운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알고,

"아버지한테 물고기라도 잡아다 고아 드려야겠다" 하고서 고기를 잡으러 강에 갔어. 강에 가서 낚시질을 해서 마침 커다란 잉어 한 마리를 잡았어. 그걸 집에 가지고 와서 배를 갈랐더니, 아 잉어 배에서 웬 구슬이 나오지 뭐야. 강물에 버린 구슬을 그 잉어가 삼켰던가 봐.

이렇게 해서 구슬을 되찾아 가지고, 며칠 뒤에 임금이 부를 때 구슬을 갖다 바쳤어. 임금이 앞뒤 사정을 들어 보더니,

"과연 그대는 복 많은 사람이로군" 하고 무릎을 치면서 탄복하더라는 이야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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