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귀부인은 매일 주교와 속내를 이야기하며 산책을 즐겼다.
어느날 그녀는 평소처럼 주교와 함께 정원을 거닐다 문득 그네를 발견한다.
아무도 보지 않으리라 안심한 여인은 마음이 동해 주교에게 그네를 밀어달라고 부탁한다.
주교는 그네를 힘껏 밀었다.
속마음으로는 아름다운 귀부인과의 달콤한 밀회를 즐기면서. 그런데 공중으로 날아오른 여인은 뜻밖에 건너편 덤불 숲아래 숨어서 자신을 훔쳐보고 있던 한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여인은 그네가 올라갈 때마다 더 과감하게 다리를 들어 자신의 속살을 드러냈고, 남자는 점점 농도를 더해가는 여인의 은근한 노출을 올려다보며 격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두 사람의 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즈음, 여인은 일부러 신발 한 짝을 공중으로 휙 내던진다.
그 남자에게 그날 밤 신발을 들고 침실로 찾아오라는 징표였던 것이다.
드 생 줄리앙은 수줍음에 귀부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대신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에게 그림을 주문했다.
가톨릭 주교가 여인이 타는 그네를 밀도록 하고, 공중으로 올라간 여인의 두 다리가 드러나 보이도록 그려달라고 했다.
프라고나르의 작품 '그네 타는 여인의 행복한 우연'(1767)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림 속 연인들'은 첫 키스의 황홀함에서 이별의 슬픔까지 캔버스에 담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랑과 증오에 물든 인간의 모습을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유럽의 회화 작품에 해석을 곁들였다.
이 책에 나온 사랑의 그림은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비롯해 유럽 문학작품에 나오는 귀족이나 왕녀들의 연애, 19세기 화가들의 낭만적인 작품 등을 아우르고 있다.
저자는 '키스는 영혼을 잠들게 하고 육체를 깨운다.
그러나 금지된 사랑의 키스는 영혼의 죽음에 대한 선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눈을 감고 키스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칼을 손에 쥔 지옥의 사자는 기다리고 있다.
금지된 사랑의 비극은 언제나 가장 달콤한 키스에서 시작된다.
사랑은 거품과 같다.
키스는 그 허무한 거품 위에 쌓는 마지막 조약돌이다.
그 돌의 무게와 함께 사랑의 신기루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프랑스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1816)의 키스는 바로 그런 키스였다.
프란체스카의 붉은 옷과 수줍어하는 표정, 파올로의 정열적인 키스와 애무, 감은 눈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읽던 책을 막 떨어뜨린 손의 묘사는 불길한 징조를 암시한다.
커튼 뒤에는 칼을 뽑아든 파올로의 절름발이 형, 조반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애달프게 사랑한 에로스와 프시케, 전쟁의 단초가 된 연인 파리스와 헬레나, 세상을 평정한 나폴레옹과 조제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마네와 모리조의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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