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암 월출산-'푸른 하늘밑 빼어난 바위봉우리'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스리랑 동동 에헤야 데에야 어서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천황사로 오르는 월출산 등산로 입구에는 하춘화가 부른 '영암 아리랑'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월출(月出)이라는 산 이름이 말해주듯 월출산은 달맞이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사 영암이라는 지명이 신령스러운 바위란 뜻이고 월출산 기슭에 둥지를 튼 마을이름도 하나같이 달의 이름을 따 명패를 달았다. 월산리, 월흥리, 월강리, 월봉리.... 영암사람들에게 월출산은 정신적 상징인 셈이다.

월출산은 높이 809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멀리서 봐도 빼어난 암봉이 첫 눈에 들어온다. 낮은 구릉이 파도처럼 펼쳐진 영암땅. 월출산은 사방 백리에 해남 두륜산을 제외하고는 '산다운 산'이 없는 나주평야 한가운데 병풍을 세워놓은 듯이 우뚝 솟구쳐 오른 돌산으로 면적이 42㎢에 불과하다. 그래도 제일 막내둥이이긴 하지만 20개 국립공원중 하나로 당당히 지정돼 있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청천에 솟아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노래했고 윤선도는 '산중신곡'에서 구름 걸친 월출산을 '선경'으로 표현했다.

월출산은 도갑사와 천황사 코스가 대표적인 등산로. 가장 빠르면서도 우락부락한 월출산의 진면목을 만나면서 정상에 가려면 천황사쪽이 제격이다.

처음 월출산을 만나면 한마디로 '충격'이다. 지리산, 무등산, 조계산 등 대부분 완만한 흙산이 대부분인 남도 끝자락에 어떻게 이런 걸작이 숨어 있나 싶다. 그저 거대한 하나의 바위를 오르는 암벽타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주눅부터 든다.

영암아리랑 노래비에서 5분거리인 천황사터에 도착하기 전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구름다리, 오른쪽은 바람폭포. 둘 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신라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 천황사는 3년전 화재로 소실돼 주지 스님이 비닐 천막에 부처를 모셔놓고 그 옆에 움막을 지어 생활하고 있다. 천막옆에는 양봉을 위한 벌통이 수십개 놓여 있다. 천년 역사의 절이었음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절터 한쪽에 비스듬이 서 있어 옛날의 영화를 얘기하고 주춧돌만이 대웅전이 있던 곳을 가늠케 한다.

약수터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물통 가득 물을 채운 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구름다리로 발걸음 재촉한다. 대나무 숲길이 나오더니 모퉁이를 돌자 급경사다. 암석과 암석사이를 이어 놓은 철계단이다. 숨을 고르며 오르기를 30여분. 구름다리 앞에 쉼터 정자가 나타난다. 오르막을 계속 오르다 만난 정자는 반갑기 그지없다. 잠시 땀을 식히며 바라보는 구름다리 전경은 찍으면 그대로 엽서가 되는 '선경'이다.

왼쪽으로는 바람폭포로 내려가는 철계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빌딩만한 바위를 오르면 구름다리 입구. 국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설치된 구름다리다. 폭 60cm의 출렁다리가 120m 상공에서 52m에 걸쳐 계곡과 계곡을 연결하고 있다. 미풍에도 흔들리는 다리 중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숨이 막힐 정도로 아찔하다.

무사히 건넜다는 안도도 잠시뿐. 앞에는 다시 절벽이 가로 막는다. 매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60도 가까운 급경사 철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거의 바닥에 붙듯이 올라야 한다. 바위에 파이프를 박고 철판을 깔아 놓은 등산로는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든다. 계단이 끝이 없다. 가까스로 매봉 정상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고 다시 암벽타기 하듯 내려가 모퉁이를 도니 사자봉이다. 사자봉을 다시 돌아서니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설악을 닮았기 때문일까? 진짜 월출산의 비경은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탄성이 절로 나지만 1시간 이상 더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 밑 기나긴 철계단이 마지막 관문이다. 바위가 자연문을 만든 통천문에 올라서니 앞서 가던 등산객이 통천문 지나 여기저기 바위에 붙어 약초를 캐고 있다. 등산객이 아니라 약초를 캐러 온 사람들이었나 보다.

해발 809m 정상 천황봉이다. 단순한 809m가 아니다. 여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비슷한 높이의 산을 몇 개나 넘어야 오를 수 있는 정상이다. 발아래는 온통 바위세상이고 정상에서 출발한 주름진 바위들은 각기 다른 모습의 봉우리와 능선을 만들며 부챗살처럼 퍼져간다. 서쪽으로는 저 멀리 목포가 보이고 그 너머는 서해바다가 있다는데 날이 흐려 능선들만이 겹겹이 겹쳐있다.

하산길은 비교적 수월하다. 내려올때는 바람폭포를 거쳐 천황사터로 내려오면 좋다. 바람폭포 바로 위 바람재는 월출산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포인트. 왼쪽 밑에 구름다리가 아슬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바위들이 벼랑 끝에 얹혀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수석전시장이다.

바람폭포에서 목을 축이고 계곡을 따라 천황사를 지나면 산행은 끝이다. 소요시간은 4시간여.

◇주의점 : 월출산에는 천황사터와 내려올때 바람폭포에서만 물을 만날 수 있다. 조금 큰 물통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가는길 : 88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산 IC→나주.영암방면 13번국도→영암읍 라이온스 탑 삼거리에서 해남. 강진쪽으로 달리다 보면 천황사 가는 길이 나온다.

◇천황사지구로 가는 길에 월출산 온천 관광호텔이 있다. 지난 가을에 다시 문을 연 이곳은 1천여평이나 되는 욕실과 노천탕을 갖춘 곳으로 맥반석에서 나오는 나트륨천이다. 원적외선이 풍부해 류마티즘과 신경통, 피부질환에 좋다. 입욕료는 5천원이고 객실 이용시는 3천원만 받는다. 이달 30일까지는 특별 할인요금을 적용, 일반 객실을 6만 8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061-473-6311)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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