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험 보는 날

오늘은 시험치는 날.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빛에 긴장과 떨리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어릴 적엔 선생님이 무척 대단해 보였습니다.

모르는 것도 없었고 힘도 무척 셌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슈퍼맨 같았습니다.

그 외에도 선생님이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건 바로 시험 칠 때였습니다.

받아쓰기 시험문제를 또박또박 읽어주실 때나, 시험지를 나누어주시는 모습을 볼 때, '선생님은 좋겠다! 시험문제를 내기만 하고, 평생 안 쳐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멋지고 힘 센 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시험들을 쳤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상상은 금방 무너졌습니다.

선생님이 된 후에도 여전히 시험은 있었거든요. 연수를 마치면 시험을 쳐야 했고, 매학기 수업공개라는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이럴 줄 정말 몰랐습니다.

간단한 쪽지시험에서부터 중간.기말고사, 대입시험, 임용시험 등등. 모든 시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긴장시킵니다.

어릴 때부터 시험은 남들과 경쟁하며, 등수를 매기는 것이라 각인되어 주눅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때론 별 의미도 없는 시험까지도 사람을 누르곤 하죠. 그래서 시험의 무게에 눌려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이들에겐 아직 치러야 할 시험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오늘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자신의 어깨를 누를 무거운 시험들이 말이죠. 아직은 시험으로 아이들의 어깨를 누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했다고 자랑스레 말하며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축늘어져 보이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쉬는 시간. 웃고 있는 아이들. 좋아하는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며, 시험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서 웃음과 좋아하는 것들을 빼앗아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저마다의 예쁜 삶이 시험의 무게로 인해 짓눌려 못 자라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박준형 대구 두류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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