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도교육단협과 기싸움

13일 오후 2시 경북도교육청. 2층 상황실에서 도교육청과 전교조 경북지부가 단체교섭을 시작한 후 1층 도교육청 출입문이 봉쇄됐다.

난데없는 출입문 봉쇄라니 무슨 일일까. 전교조 측은 출입문 봉쇄를 이유로 정회를 요구했고 회의는 중단됐다.

"교섭위원이 아닌 교사들이 단체로 들어와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 "박수를 치거나 불만을 터뜨려 회의에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 전교조 측 참관인들이 교육청에 속속 도착하자 도교육청이 회의방해를 우려해 출입문을 봉쇄한 것이다.

이에 앞서 전교조 측은 교육청에 교섭위원 외에 30여명의 회의 참관 허락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교육청은 비슷한 숫자의 학부모들을 참관시키겠다고 응수했다.

양측 모두 상대 측의 단체 참관엔 난색을 표했다.

'기(氣)싸움'이다.

흡사 스포츠 경기의 응원가를 연상시킨다.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할 단체교섭이 '응원단 규모'에 영향을 받는다면 실망스럽다.

이곳이 '부산갈매기'와 '연안부두'가 울려 퍼지는 프로야구경기장인가? 참관인이 많으면 어떻고, 적으면 무슨 상관인가.

전교조가 제시한 2004년 단체협약안은 390여개 항목. 이 숫자는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는 여느 노사 협상장처럼 협상 당사자의 이익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교육수혜자인 학생들과 관련된 내용도 많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꼼꼼히 따져야 할 양측은 기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교육청 측의 양보로 참관 교사들은 교육청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갔고, 양측은 얼굴을 찌푸렸다.

앞으로 이어질 단체교섭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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