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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움직이는 사람들-톨게이트 근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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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민원.짜증 만능해결사

시커먼 아스팔트는 거대한 프라이팬이 돼 버렸다.

지열과 태양열의 파상공격에 몸 전체가 익어버릴 판이다.

눈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줄기는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조차 힘들다.

고속도로 위의 사람들. 산과 계곡, 바다로 줄지어 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을 만났다.

무심코 지나쳤던 이들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며, 돈으로 지불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퇴근할 때 '따불'로 줄테니 통행료 외상 한번 합시다.

"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도 외상이 가능할까? 매일 한두번씩 얼굴을 대하는 사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대구요금소 최고참 안경숙(49.여)씨는 "외상은 몰라도 결혼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몇해 전 경산요금소에서 근무할 때 출퇴근자와 요금소 근무자 사이에 무려 네 커플이나 결혼에 성공하는 걸 봤단다.

한낮 기온이 나흘째 35℃를 넘던 지난달 22일 오후 1시. 구마고속도로 현풍기점 28.5km에 위치한 서대구 인터체인지에는 기나긴 차량들의 행렬이 늘어서 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수(51) 서대구영업소장은 "하루 4만4천대의 차가 들락거리는 이 곳은 일일 평균 수익금만 1억3천여만원"이라며 "오가는 사람이 많다보니 이야깃거리도 적잖다"고 했다.

물론 그 속엔 결혼처럼 즐거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교통사고나 도로공사로 통행에 애를 먹었거나 이물질 등으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올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이들이 바로 요금소 근무자들이다.

결코 좋은 말이 나올리 없다.

이정애(38)씨는 "초보운전자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며 따지는 운전자를 만났을 땐 황당하기도 했다"며 "고속도로 이용객의 모든 민원과 짜증을 감내하고 들어주는 만능해결사가 바로 우리들"이라고 했다.

장애인이 아니면서 장애인 차량을 몰던 이용객과 말다툼도 종종 벌어진다.

"지금 누굴 의심하느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협박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해고' 당한다.

기경숙(31)씨는 "멀찍이 차를 대고는 덥다며 창문도 삐죽이 여는 운전자를 보면 얄밉다"고 했고, 이명순(34)씨는 "요금소 앞에 와서야 일일이 잔돈을 꺼내는 운전자들을 보면 정말 밉다"고 했다.

그렇다고 미운 내색도 못한다.

그냥 웃음으로 답하는 수밖에. 요금 계산이 늦어지는 바람에 뒤에서 2, 3분 기다리던 운전자들은 속내도 모른 채 "일한 지 얼마 안됐죠?"라며 비꼬기도 한다.

근무자들이 손님을 대하는 시간은 불과 평균 8, 9초. 8시간 근무하면 2천500여명을 만나 인사를 건넨다.

그 사이 많은 희비가 교차하는데, 윤경애(48)씨는 "오히려 자기 일처럼 우리들의 더위 걱정, 매연 걱정을 해주는 손님을 만날 때면 일주일이 즐거워진다"고 웃음지었다.

김 소장은 "남들 다 휴가갈 때 우리 직원들은 가장 바쁜 시기를 맞는다"며 "손님들의 작은 눈인사와 사소한 격려만 있다면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이라고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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