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부쿠로의 오줌싸개'였던 겁쟁이 최배달이 어떻게 당대 최고의 무술과 성숙한 인격을 완성하였는지 더듬어본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배달은 정신적 지주였던 아재(아저씨)가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일본군 추적으로 잠적하자,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한다.
고국에서는 어떤 희망도 없음을 깨달은 배달은 소년 비행사가 되겠다고 일본으로 밀항하지만, 혼란과 유혈의 시절을 거쳐 일본은 곧 패망한다.
일본 땅에 사는 조선인인 그에게는 또다른 암흑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배달은 야쿠자들에게 당하는 친구를 구하려다가 죽음의 궁지에 몰린다.
너무나 두려웠던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싸고, 메마른 입술 사이로는 신음소리만 터져나왔다.
대낮의 시장통에서 자기 오줌을 핥으며, 야쿠자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야 하는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다.
이케부쿠로의 오줌싸개로 불리며 자책과 굴욕감으로 아무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그에게 변화가 온다.
미군에게 성폭행 당하는 게이샤 요우코를 구해준 사건이 그것이다.
그녀에게 깊은 연정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즐거워지고 삶의 목표가 생겼다.
요우코의 칭찬을 듣기 위해 밤마다 강간 당하려던 여인들을 구해주면서 의로운 기사 노릇을 한다.
이즈음 야쿠자에 의한 아재의 죽음은 배달에게 새로운 결심을 하게 한다.
개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고도 홧김에 주먹질이나 해대는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것이다.
배달은 사랑하는 요우코를 뒤로한 채, 산속으로 들어가 뼈를 깎는 수련을 시작한다.
그는 '극진공수도'라는 자신만의 무술을 연마하여 일본열도를 다니며 실력을 겨룬다.
뒷골목 패싸움이 아니라 정당한 방법으로 겨뤄보자는 것이다.
조선인이 그것도 국적도 없는 무술로 차례대로 고수들을 때려눕히면서, 명실상부한 최강자가 된다.
한편 그의 인격 성숙의 과정을 살펴보자. 사실 어떤 사람의 전형적인 방어기제는 그 사람의 정신건강의 척도가 된다.
방어기제란 내외적인 위험 상황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자아의 한 기능이다.
이것은 누구나 사용하고 있으나 무의식적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지는 않다.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것부터, 성숙하고 건강한 것까지 단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배달은 초기에는 행동화나 동일시 등의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였다.
'행동화'는 공격적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금방 주먹을 휘둘러대는 것이고, '동일시'는 항일운동을 하던 아재의 태도를 닮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요우코와의 인연과 아재의 죽음을 겪으면서 인격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죽음 앞에서 오줌을 줄줄 싸버릴 정도로 겁에 질렸던 배달이 두려움을 최고의 무사정신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승화'란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로, 본능적 욕구나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충동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되어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똥을 만지며 장난하고 싶은 욕망이 승화되어 조각가가 된다든지, 형을 찔러 죽이고 싶은 소망이 승화되어 외과의사가 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건강한 방어기제에는 억제, 이타주의, 유머 등이 있다.
배달은 암울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당면한 내외적 위협을 성숙한 방식으로 대처한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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