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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터 영주 만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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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를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이 정성들여 밥을 지어 식판에 담고, 보기에도 정갈한 반찬을 곁들인다.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한끼 식사가 절실한 결식노인들에게는 부족할 것 없는 성찬이다.

천주교 안동교구 영주 하망성당이 지난 199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무료급식소 '만남의 집'. 얼굴없는 후원자, 시민봉사단체들이 나와 홀몸노인과 노숙자들의 허기를 덜어주는 나눔의 터다.

베푸는 이 오만함이 없고, 받는 이 수치스러움이 없이 아우르는 사랑의 장소. 이곳에선 하루 200여명의 결식 노인들과 노숙자 등이 찾아 점심을 먹으며 배고픔을 잊는다.

무료급식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곳을 찾던 이는 50여명. 10년 사이 지병과 노환으로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현재는 몇몇 만이 남았다.

그 빈자리가 있을 법하지만 오히려 한끼를 해결하려는 발걸음은 늘어만 간다.

"더욱 세상 살기 어려워졌다는 방증이지요." 배식을 하던 한 자원봉사자는 "부모를 부양하는 당연한 도리마저 저버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아닙니까" 라며 어려운 노인들을 외면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이곳은 매일 오전 10시 어김없이 문을 연다.

고리회, 아파트 부녀회, 개인친목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110여명의 봉사자들이 하루 10명씩 당번을 정해 일한다.

봉사자들 한팀은 급식을 하고, 또 한팀은 몸이 불편해 이곳까지 나오지 못하는 노인들 집을 찾아 다니며 도시락을 배달한다.

많지 않은 인원으로 시간 맞춰 식사를 나르다 보니 물 한모금 마실 겨를이 없다.

성당앞 노상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200인분 식사도 턱없이 모자라 대형 밥솥으로 두 번씩 돌아가며 밥을 해야 한다.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 운영비는 빠듯하고, 그 때문에 봉사자들은 큰 걱정이다.

이곳의 운영은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이 성금, 성당 자선비, 시 보조금 등으로 충당한다.

불황 여파로 성금이 주는 반면 급식량은 더욱 늘어 감당해 내기가 여간 벅차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 김홍식 책임봉사자는 이곳을 운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신자모임인 고리회 회원 조숙자(53)씨는 "만남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끼니는 거르는 사람들이 많고, 그 설움의 실상도 알았다" 며 "작은 힘이나마 성심껏 보탤 것" 이라고 다짐했다.

하망성당 타데오 신부는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스스로 따뜻한 마음을 키워나가고 이들의 정성으로 노인들이 배고픔을 잊는 아름다운 모습에 큰 기쁨을 느낀다" 며 "이런 나눔이 더욱 커지고 영원하길 소망한다" 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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