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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판소리로 극복한 국악인 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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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삼덕동 하동 판소리 전수관.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귓전을 파고든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목이 터져라 토해내는 소리. 서현숙(41) 원장에게 판소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생명의 소리다.

길고도 고통스럽던 암과의 싸움. 판소리는 생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구원의 소리였다.

그녀가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건 1997년. 젊은 시절부터 국악에 관심을 보였던 그녀가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과 보이지 않는 힘에 매료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던 그녀는 1997년 초 유성준 선생으로부터 흥보가를 배우며 늘 마음에 두고 있던 판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지난 2000년 꼭 이 맘때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2호인 조소녀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심청가를 사사받았다.

그리고 2년 뒤 서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서씨에게 악성 종양 판정이 내려진 것. 어린 아이들만 걸린다는 '유인육종암'이라는 병에 서른을 훌쩍 넘긴 서씨가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희귀한 일이었다.

"암 판정을 받고 어느 날 번잡한 네거리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요. 마치 제가 귀신이 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살아본들 무엇하나 하는 생각도 했지요."

나락에 빠진 듯한 느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5차례의 항암치료와 14시간에 걸친 대수술. 1주일간의 항암치료 기간에는 3, 4kg이 빠지고 쉬는 3주동안 다시 일부러 찌우는 일이 반복됐다.

머리가 빠지고 우울증이 서씨를 괴롭혔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서씨는 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서씨가 매달렸던 것은 판소리였다.

판소리 테이프를 매일 듣고 또 들었다.

판소리만 들으면 힘이 나는 듯했다.

그렇게 보낸 1년. 서씨는 기적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방에 누워만 있다가 휠체어에 올라탔고 지팡이를 짚고 다시 걷기 시작했죠. 담당 의사가 이렇게 회복이 빠를 줄은 몰랐다며 놀라더군요.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판소리뿐이구나 싶었죠." 그녀는 비록 장애 판정을 받고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밤을 지새우는 소리 연습에 자신이 환자였다는 사실도 잊었다.

그랬던 서씨가 오는 9일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동초제 심청가 완창 발표회를 갖는다.

처음에는 주위의 만류가 적잖았다.

"특히 어머니는 누가 알아주냐며,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매달리냐며 눈물로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서씨는 매일 3, 4시간 정도 소리 연습을 하며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도 잊는다고 했다.

"많이 아팠다는 사실 때문에 주목받는 건 원치 않아요. 그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입니다.

"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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