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교 미술작가 김종섭씨의 집

문경읍에서 갈평리를 지나 관음리로 접어들어 옛고개 하늘재를 보고 오르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우뚝 솟은 포암산이 마치 큰 베를 펼쳐 놓은 것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그야 말로 첩첩산중(疊疊山中). 불교 미술작가인 김종섭씨의 집은 '새들도 쉬어 넘는다'는 문경새재보다 더 높은 곳, 포함산의 호젓한 산자락에 포근히 파묻혀 있다.

탁 트인 전망과 주위를 둘러싼 주흘산과 마패봉의 웅장한 모습, 울창한 숲속의 산골 집이 한없이 정겹기만 하다. 이 집은 입구부터가 남다르다. 이 집 발아래에 있는 하늘재는 신라 때부터 사용한 옛고개. 지금도 성벽이 남아 있어 초입부터 옛향기를 느끼게 한다.

집뒤로 보이는 포함산에서 주흘산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임신한 관세음 보살을 닮았다. 그래서 주인은 이산을 관음산이라 이름지었다. 불심(佛心)이 절로 생긴다.

집은 전통 한옥이다. 기와를 멋있게 머리에 얹은 모습이 한 마리 새가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이다. 지붕은 새의 깃털처럼 석가래를 여러겹으로 겹쳐 만들어 금새 자리를 박차고 날아갈 것 같다.

집주위를 빙 돌아가며 '테크'를 마련, 베란다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테크에는 연꽃모양의 난간을 덧대 한껏 멋을 부렸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정원이라 특별히 정원을 만들지는 않았다.

한옥 분위기를 살린 조립식 건물이지만 바위처럼 단단해 보인다. 거실 나무기둥에는 H빔을 박아 힘을 실었다. 거실천장은 소록(받침대)을 받쳐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안정감을 강조했다.

20평은 넘음직한 거실에는 이동식 탁자를 두어 원하는 곳에서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바닥은 일본 다다미식, 그 밑으로 자갈과 황토를 깔았다.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나무로 집을 짓다보니 문틈사이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 조립식 건물이라 겨울 난방이 단점이다. 다만 사방으로 큼직하게 난 조망창을 통해 들어오는 운치있는 겨울풍경이 따뜻하다.

나무로 지은 집이지만 재료는 미국이나 유럽산이 아닌 백두산에서 온 토종 한국 소나무다. 불교미술의 창작공간인지라 종교적으로 친근한 나무로 지었다는 주인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화장실은 물론 창문과 보일러 케이스까지 온통 나무다. 화재 예방에 신경을 써 곳곳에 소화기를 비치해 놨다. 침실 벽면은 '비단'으로 도배,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옥 여닫이문의 고전적 격자문양과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지하에는 넓은 화실이 자리하고 있다. 불교미술을 전공하는 주인의 작업공간이다. 불화, 탱화, 단청 등이 가득 찬 이곳에는 불심이 가득했다.

남향이라 남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180도를 돌아서 북쪽으로 출입할 수 있게 했다. "북쪽으로 들어가면 조상들이 보살펴 주고 잡귀들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화장실에서 배변 등을 보는 것에도 신경을 썼다. 북쪽으로 향하면 조상들에게 엉덩이를 보이지 않으려고 동쪽으로 두게 했다.

"관세음보살의 정기를 받아 불멸의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주인의 예술혼과 불심이 아름다운 집이다.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어머니품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도 자연의 품속이라고 한다. 불교 미술작가인 김종섭 화백은 이화령 넘어 충북쪽 청원에서 일을 하다가 문경의 주흘산에 빠져 이곳에 자리잡은 충청도 사람이다.

문경은 산림청이 지정한 한국의 백대명산 중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최대인 4개의 명산(대야산, 희양산, 주흘산, 황장산)이 있는 아름다운 산이 둘러 쌓인 곳이다.

웰빙시대의 도시민들이 원하는 최고의 지역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는 1시간 30분 대구에서는 1시간 20분이 걸리는 것도 호감이 가는 지역이다.

김화백의 집은 특이하다. 통나무집이지만 재료가 미국이나 유럽쪽이 아닌 백두산에서 갖고 왔다. 나무는 방부목이 아니라 곳이 썩어 망가져서 아쉽다.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김화백 스스로의 말처럼 시행착오가 많아 안타깝다.

반지하는(사실은 1층) 작업실인데 콘크리트로 만들었고 1층에는 거실높이가 7m는 족히 되어보고 다딤이방 등이 있다. 거실, 침실, 법당, 주방을 도는 360°에는 나무로 만든 데크로 만들어져 있다. 목조주택이 근본적으로 난방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 특히 천고가 높고 창이 많아(중국산 창이라 닿힘이 안좋음) 보온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화백의 미완성주택은 명상지로는 명당(明堂)이라는 포암산 아래 있다. 하루 빨리 아름답게 정리되어 그 아름다운 집에서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불후의 명작이 탄생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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