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게릴라성 폭설로 무려 100cm의 눈이 내린 경북 영양 일부 지역은 눈 폭격을 맞은 듯했다.
폭설로 채소와 화훼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시름에 잠겼다.
빙판길로 접근조차 쉽잖아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영양에는 289농가 10.22ha의 비닐하우스 427동이 폭삭 내려앉았다.
특히 수비면에는 무려 100cm의 폭설이 내렸다.
30년만의 일이다.
주민 8가구 15명이 모여 사는 수비면 수하3리 속칭 오무마을은 사흘 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아직 어디가 산이고 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눈 속에 어렴풋이 파인 발자국만이 길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농협 빚도 못 갚았는데.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 게릴라성 폭설 피해현장. 비닐하우스 철재 파이프를 시설 기준치보다 촘촘하게 세웠지만 100cm가 넘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힘없이 무너졌다.
갈기갈기 찢긴 비닐은 강풍으로 이리 저리로 날아다녀 온 천지가 비닐로 아수라장이다.
기온마저 뚝 떨어져 복구 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눈 녹기만 기다리고 있다.
농민 한광명(50)씨는 "혼자 하려면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농협 빚도 못 갚은 터에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른 농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양군청 금규환 농정과장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와 달리 겨울에 피해가 나다 보니 자원봉사 문의도 거의 없고, 눈 때문에 복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 농민들은 "정부가 폭설피해 농가에 1.5% 이자의 단기자금을 지원한다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금을 받으려면 담보물건이나 보증인이 필요한데 담보확보는 물론 보증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양군 농민회 최성호(36)씨는 "돈을 빌려주더라도 부서진 비닐하우스를 다시 짓고 소득을 올리려면 최소한 2, 3년이 걸리는데 1년짜리 자금융자는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흥분했다.
◇자식 같은 농작물은 얼어붙고
5년째 비닐하우스에서 안개꽃을 재배하고 있는 영양 수비면 신원리 황진곤(37)씨는 2000년 고향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안개꽃 출하를 앞둔 비닐하우스 4동 400평이 이번 폭설로 무너져, 6천여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황씨는 "정부의 폭설피해 복구비 지원은 생계 구호형에 그친다"며 실질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랐다.
10년째 화훼 농사(백합꽃)를 짓고 있는 한광명(50)씨도 "눈이 1m 이상 오기는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꽃 모종이 얼어버려서 5, 6월쯤 꽃이 활짝 펴도 상품성이 없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 쉬었다.
한씨는 이번 폭설로 2천400여 평의 비닐하우스 13동이 무너졌다.
피해액만도 시설비 7천여만 원과 백합꽃 모종 3천만 원, 인건비 등 1억6천여만 원에 이른다.
상추를 재배하는 권영상(48·영양 수비면)씨 역시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까지 눈이 와 비닐하우스로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번 폭설로 2억5천여만 원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imaeil.com사진: 100cm가 넘는 폭설에 맥없이 내려앉은 백합꽃 비닐하우스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담배 한 개비로 달래고 있는 한광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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