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것이 쟁점이다-(4)복합화물터미널

'10년 숙원사업이 도로아미타불(?)'

지난 12일 감사원은 사업 실적이 전무한 서구 이현·평리동 대구복합화물터미널에 대해 대구시가 출자한 지분 112억5천만 원을 회수하거나 청산할 것을 권고했다.

1995년 설립돼 (주)청구가 약 3년간 사업을 맡았다 부도가 난 이후 지금까지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3섹터 출자법인인 (주)대구복합화물터미널은 민간투자가 불과 4% 안팎이고 대구시와 철도공사가 나머지 지분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

대구시는 터미널에 벌써 200억 원 정도를 투자해 3만4천 평 부지에 아스팔트를 깔았고 2층 건물도 3년 전 신축해놓았다.

또 고속철도가 중간을 가로지르며 화물역으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서구청과 서구 주민들은 인근 상권 개발, 물류 수송비 절감, 인구 유입, 고용 창출 등의 청사진이 날아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철도공사와의 의견 조율 후에 처리 방향을 밝히겠다며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김대근(57) 서구청 도시국장은 먼저 "구청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권한이 없다"고 운을 뗀 뒤 "구민들의 실망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으며 연 평균 1만 명 정도의 인구유출이 계속돼 어떤 희망을 안겨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서대구화물역은 서대구공단 용도 변경, 계성중·고 이전과 맞물린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며 서대구화물역 존치를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인천, 부산 등과는 달리 해안을 끼고 있지 않은 대구지역 특성상 서대구화물역이 물류 수송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것.

김 국장은 "터미널 측에서 건설교통부에 물밑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청구의 부도만 없었더라도 서대구화물역은 벌써 거대한 물류 수송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숙 (주)대구복합화물터미널 대표이사도 "대구 지역 5, 6개 공단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수송하는 것을 화물열차를 이용하면 수송비가 몇 배 싸진다"며 "연간 12억 원 정도 사용료에 140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 이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신경섭(42)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이번 감사 내용은 매출실적이 제로인 제3섹터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라며 "좀 더 직설적으로 '이제 그만 두라'는 또다른 표현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서대구화물역이 아니더라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구시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없다는 감사원 결과를 무시할 수 없고 대체사업자가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계속 쥐고 있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신 과장은 "그동안 국공유지에 대한 무상 사용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투자법을 한번도 적용해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검토해볼 생각"이라며 "올 초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입장 정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지만 이번 1월 말에서 2월 초순 사이 서대구화물역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감사원의 권고사항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 않고 향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제3섹터 법인'이란 자치단체가 50% 미만의 지분으로 민간기업과 공동출자해 설립·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을 말한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설명 :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은 수백억원을 쏟아 붇고도 기능을 못하는데다 감사원의 청산 권고까지 받고 있는 등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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