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사고 오명 벗어 후련"

"90년대 들어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60여 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우회도로가 개설된 뒤에는 3년 동안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어요."

의성군 금성면 청로리 주민들은 마을 뒤편에 새로 난 국도 28호선 우회도로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과거의 끔찍한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우회도로가 없던 3년 전만 해도 마을 한 가운데로 28번 국도가 관통하면서 교통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당시 주민들은 거의 매주 교통사고를 목격했으며 이로 인한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김상호(48) 이장은 "10년 전만해도 면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부촌으로 알려졌지만 90년대에 접어들어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면서 마을엔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계속 이어졌다"고 했다.

하루 통과차량 8천대를 헤아리면서 교통사고로 희생당하는 주민이 갈수록 늘어났다. 사고 대부분은 이른 아침 경운기를 몰고 일터로 나가거나 저녁 무렵 귀가할 때 많이 발생했다. 도로변에 집이 있는 주민들은 대문을 나서다가 급커브를 돌아나온 자동차에 치여 화를 당하기도 했다.

직접 교통사고를 당했던 청로리 출신 김갑식(51) 의성군의원은 "90년대에 들어 마을 주민 10여 명이 교통사고로 귀중한 목숨을 잃었으며 다친 주민도 50여 명에 달했다"고 회고했다.

유독 이 마을에서만 교통사고가 계속 이어져 온 원인은 무엇일까. 주민들은 28번 국도가 마을을 관통하는데다 마을 입구부터 급경사, 급커브가 이어지는 도로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천 등지에서 의성이나 안동방면으로 다니는 운전자 중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들의 경우 사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청로리 주민들은 의성군청과 부산국토관리청에 낸 수차례 건의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자 지난 1996년 1월 300여 명이 모여 동제를 지낸 후 군청에 우회도로 개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와 대형차들에 의한 소음진동 등으로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고 있으며 살인도로나 다름없는 28번 국도를 우회시켜 주지 않으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부산국토관리청은 지난 1999년 사업비 35억 원(토지 보상비 포함)을 투입, 국도 28호선 의성 청로지구 위험도로 개량공사에 들어가 3년 만인 2001년 말 길이 2.07km의 왕복 2차로 도로를 청로리 마을 뒷산쪽에 개설했다.

김경환(74) 청로리 노인회장은 "교통사고가 빈번하던 당시에는 마을에서 푸닥거리 등 갖은 방법들을 동원 해도 사고가 숙지지 않아 주민들이 애간장을 태웠다"면서 "요즘엔 길을 잘못 들어 들어오는 차량 외에는 외지 자동차 구경도 쉽지않아 격세지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어 "최근 3년 동안 마을에서 단 한 건의 교통사고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당시 도로에서 안타깝게 숨진 영혼들을 위해 마을에서 제사라도 한번 올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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