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업은 희망이다-(6)'농업 명장' 영천 최필환씨

국도에서도 4km 남짓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영천시 고경면 오룡2리. 이곳에서는 그 흔한 사과나무나 배나무를 찾을 수가 없다.

대신 온 산비탈은 30농가가 재배하는 뽕나무 천지다.

나머지 5농가도 누에 관련 일에 참여하고 있다.

부업 삼아 조금씩 뽕나무를 키우고 누에를 치던 이곳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양잠 주산지로 떠오른 것은 최필환(45)씨의 노력 덕분.

지난해 경북도 농업명장에 뽑히기도 한 최씨는 다니던 증권회사에 싫증을 느껴 1987년 귀농했다.

처음엔 가업을 계승해 누에씨를 사육했지만 8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누에를 열풍·냉동 건조해 식용화하는 데 성공, 양잠업의 새 장을 열었다.

최씨는 혼자서 1만2천 평의 뽕밭을 재배, 연간 누에 동충하초·수 번데기·건조누에 300상자(1상자는 누에 2만 마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 지난 2002년에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수출 판로를 열었으며 기존 뽕나무보다 잎 함유 성분이 뛰어난 'YK-209' 뽕나무로 98년 모두 바꿨다.

하지만, 그가 누에 사육에 매달리는 시간은 1년을 통틀어도 봄·가을에 보름씩,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무농약 인증을 받은 뽕밭에 쓸 퇴비를 만드는 한편 생산제품 유통·판매에 매달리고 있다.

최씨는 "먹을 게 없어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던 마을이 영천에서 부자 마을로 통하게 된 것은 모두 누에 덕분"이라며 "WTO 무한 경쟁시대에도 잠업은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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