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어부(漁婦)가 늘고 있다.
3D업종 기피와 어촌인구의 노령화로 선원 구하기가 어렵고 기름값 상승에 따른 경비를 덜기 위해 부녀자들이 배를 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여성이 배를 타면 부정을 타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거나 안전에 지장을 준다는 속설로 굳어졌던 여성들의 승선금지는 옛 이야기다.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에는 5t 미만 소형어선을 타고 조업에 나서는 여성들이 많게는 전체의 30%에 이르는 등 보편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포항수협의 경우 전체 850척의 5t 미만 소형어선 가운데 30%에 여성어업인(250여 명)이 조업중이고 구룡포수협도 전체 600여 척의 5t 미만 소형어선 가운데 16%인 100여 척에 여성어부 100여 명이 승선하고 있다.
포항수협 임영식(48) 지도과장은 "어업 종사 인구는 갈수록 감소하는 반면 소형어선의 부부승선이나 여성조업이 계속 늘 것"이라면서 "인건비와 어업기피가 가장 큰 원인"이라 말했다.
영덕에서는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700여 척 소형 어선에 5년 전만 해도 여성 승선원이 20여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5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매일 오전 6시 3t급 문어잡이 통발 선에 오르는 김광평(51)씨 부부는 "항구에 돌아오는 오후 6시까지 하루종일 바다 위에서 둘이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올해 8년째 승선하는 부인 최향이(49)씨는 "거친 파도와 싸우기 때문에 가급적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승선 뒤 부부애도 좋아졌다"고 웃었다.
울진군에서도 전체 720여 척의 10%에 이르는 70여 척에 부부가 함께 조업에 나서고 있다.
울진군 수산과 조태석 담당은 "멀지 않아 소형 선박 대부분이 부부 선원 시대를 맞을 만큼 선원 수급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울진 죽변항에서 제2 태창호를 타고 남편 박근태(52)씨와 대게잡이 조업을 하는 부인 김옥녀(49)씨는 "만선의 기쁨 못잖게 남편의 힘든 일을 이해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남편 박씨도 "배 멀미를 하면서도 따라다니는 아내의 모습이 처음엔 안쓰러웠으나 그간 느끼지 못했던 아내의 참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남자들이 독차지했던 어촌계장 자리에도 여성이 진출하고 있다.
포항수협 청림일월동 어촌계 강정희(48) 계장은 "강인함을 필요로하는 바닷일의 특성상 남자들이 어촌계장을 맡아왔으나 시대와 여건이 변한 만큼 여자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섬세함으로 계원들이 더 잘 화합하고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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