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삼월은 언제나 3'1절 기념행사로 시작된다. 올해도 예외없이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기념행사들이 엄숙히 거행됐다. 이맘때면 늘 마음 속에 둥두렷이 떠오르는 사람, 열여덟 나이에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옥 속에서 숨져간 '유관순 누나!'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 보며~'. 그 노래는 우리에게 그 얼마나 가슴 뭉클한 울림으로 와닿았던가.
◇ 주한 일본 대사의 망언과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竹島)의 날' 제정 및 홈페이지 운영 등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싸늘해진 가운데 맞은 이번 3'1절은 자못 비장감마저 갖게 한다.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명확한 증거물에도 불구, 무조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무대뽀' 일본. 종전 60년이 흘렀어도 남의 것 탐하는 못된 근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상냥하고 정직한 듯한 겉모습과 속에 칼날을 숨긴 일본의 양 극단을 '국화와 칼'로 상징화한 루스 베네딕트의 혜안이 새삼 돋보인다.
◇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던 그들의 후손 상당수가 재산이 몰수당하고 왜놈 학교라 하여 공부도 하지 못한 탓에 못 배우고 못 먹는 극빈계층으로 전락했다. 대구만 해도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수십 명에 이른다.
◇ 반면 친일파 11명이 소유했던 토지가 무려 440만평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울화를 돋운다. 돈 앞에는 염치고 뭐고 없는 세태에 후손들의 토지반환 소송이 줄 이을 것은 뻔하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매국노 후손들은 조상 덕에 배를 불릴 판이니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 1952년 한국 전쟁 중 실종됐던 미군 트로이 고디 코프 대위의 유해가 실종 5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미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나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내고 예우한다. 하와이의 미 육군 중앙신원확인소 정문엔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는 구호가 붙어 있고, 전사한 미군의 유해 발굴을 맡는 전쟁 포로'실종자 연합사령부의 휘장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다. 독립운동가들에게 빚진 자로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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