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 수오동 마을 수령 200년 느티나무

'마을 수호신'살릴까? 말까?

고사 직전인 '마을 수호신' 정자나무를 살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김천시 농소면 연명리 속칭 수오동 마을. 주민이래야 칠순을 넘긴 노인가구 여섯 집이 고작인 이곳에선 요즘 고사 상태인 마을 어귀의 200여 년 묵은 느티나무를 놓고 시끄럽다.

"어느 마을이나 비슷하지만 정자나무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어, 이런 나무를 죽게 내버려두면 마을이 망하고 말거야.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 우리 노인들이 죽으면 대를 이어 살아오던 마을 자체가 없어질 형편인데, 정자나무라도 살려 마을의 명맥을 이어야 될 것 아니야."

"지금은 주민이 줄어 정자나무 아래로 모일 사람들도 없지만 옛날에는 매일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과일, 음식도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정을 피웠지 않아? 그런 고마움을 알아야지. 아무리 나무지만 늙고 병들었다고 살릴 방법이 있는데도 그냥 버려두는 건 말이 안되지."

그러나 찬성하는 쪽의 입장과 달리 이 정자나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농작물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은 주민의 얘기는 또 다르다.

"나무가 새끼를 많이 쳐 정자나무 근처엔 온통 느티나무뿐이어서 근처의 농작물들은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지. 이 나무 때문에 그동안 피해 입은 것을 생각하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굳이 나무를 살릴 필요가 있겠냐고. 사람도 그렇듯 나무도 수명대로 사는 게 자연의 이치이지…."

말 많은 이 정자나무는 3, 4년 전부터 시들시들해져 봄이 와도 나무의 절반 정도만 새싹이 돋을 뿐 나머지는 고사한 상태다.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달라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한 김천시청 이혜경 보호수담당은 "10여 년 전 마을 안길 포장 때 정자나무 주변까지 시멘트로 포장한 것이 수분공급 부족 등으로 나무의 영양상태를 나쁘게 만든 것 같다"며 "수간주사 등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면 되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무의 시료를 채취해 경북산림환경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만큼 처방을 받아 살릴 순 있겠지만 주민 간 분쟁이 있어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며 "정자나무의 소유권은 주민 공동의 것인 만큼 주민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사진: 김천시 농소면 연명리 속칭 수오동 마을어귀의 정자나무. 살리자는 주민과 그냥 놔두자는 주민 간 언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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