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구 수성구에 있는 주택가 재건축 현장. 한 건설시행사가 일대 300여 가구를 사들여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해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헐리고 드문드문 서너 채씩 집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공사장이나 다름없지만 아직도 사람이 사는 주택가다.
이곳 주택 2층에 세들어 사는 김모(50)씨는 며칠 전 대문을 통째로 도둑맞았다. 김씨는 "노인들이 가끔씩 철거한 집에 남아있는 철근 토막을 주워가기에 그런가 했는데 어느 날 아침 철제 대문이 없어졌다"며 "1층 주인 집이 이사를 가서 빈집인 줄 안 모양"이라고 황당해 했다. 김씨는 더 이상의 도난을 막기 위해 '사람 산다'는 나무 팻말을 1층 마당에 내걸었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주택가 곳곳이 고물수집상들과 좀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 집이 허물어져 있다보니 멀쩡하게 사람이 사는 집의 수도꼭지며 스테인리스 계단 난간까지 뽑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피해액이 적고 귀찮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철제고물을 노리는 수거업자들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철근 토막, 맨홀 뚜껑, 철제 대문 등이 주 목표물. 한 재건축현장 경비업체 직원은 "생계를 위해 고물을 줍는 노인들이 많아 주의를 주는데 최근엔 허술한 재건축 현장만 골라 다니는 전문수거업자도 있다"고 했다.
작년말 중구 남산동에서는 한 고물수거업자가 철거 중인 건물에 들어가 철판을 훔치다 발을 헛디뎌 다쳤고, 북구에서는 공사장 기계를 훔쳐 고물상에 넘긴 4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경찰은 "재건축 현장은 시행사와 전문업체가 폐자재 수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폐자재를 주워가는 일은 엄연히 절도"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14일 오후 아파트 건축을 위해 단독주택 철거가 한창인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고철 좀도둑이 대문을 훔쳐가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자 미처 이주를 하지 못한 주민이 '사람산다'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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