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공무원, 이제 바뀔때 됐다

같은 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A씨와 B씨. A씨는 근면한 일꾼이지만 B씨는 꾀만 피우는 게으른 직원이다.

막상 승진할 때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C씨와 D씨는 한 부서에서 책상을 맞대고 있는 동료다.

C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반면 D씨는 흠결 없이 대충 적당하게 일을 하고 있다.

근데 부서장은 무난한 D씨를 열정적인 C씨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기업이 있다면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아직도 이같은 행태가 버젓이 남아 있다.

공무원들이 주고 받는 농담중에 재미있는(?) 것이 여럿 있다.

'앞에 나서는 짓이 가장 어리석고 복지부동이 최고의 덕목이다' '민원은 대충 처리하고 상사의 눈치를 잘 살피는게 우선이다''납작 엎드려 있다 승진 때만 뛰어다니는게 가장 현명한 처세법이다'….

기자가 오랫동안 행정기관을 출입하면서 지켜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한직(?)으로 분류되는 부서에 가보면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데 유심히 살펴보면 실제 일하는 직원은 몇명 없다.

나머지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채팅, 심지어 게임을 하고 있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계장이 자리를 비우고 나면 직원들도 하나 둘씩 슬그머니 자리를 떠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가혹한 비판을 듣고 억울해 할 공무원들도 한둘이 아니다.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거나 일요일에도 출근하지 않고는 배기는 못하는 분도 적지않다.

모두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보신주의 분위기가 농후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행정자치부가 경쟁력과 효율을 기치로 내걸고 팀제를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장·차관과 본부장, 팀장이 1년간의 목표치를 정하고 달성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까지 맺었다.

일종의 정리해고 계획도 있다.

청와대와의 교감속에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기위한 혁명적인 실험이 차곡차곡 진행중이다.

며칠전 대구시 강병규 행정부시장은 "1, 2년내에 광역자치단체들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무원들이 기업 처럼 명예퇴직, 정리해고의 위협 앞에 움츠리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공무원들이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은 이제 그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면 욕심일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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