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이런 삶-박영만 변호사

연고없는 서울서 개업 '간 큰 남자'

박영만(朴榮萬·40) 변호사는 '간 큰 남자'로 불린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고·경북대를 나온 대구토종이라 서울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데도 지난 2003년 6월 법조계 중심지인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턱 냈던 것이다.

부장 판·검사 출신들도 개업했다가 버티지 못해 로펌으로 옮기는 사례가 적잖은 드센 곳이다.

믿는 구석이 없진 않았다.

우선 건강과 부지런함을 믿었다.

국방부 고등군판사와 육군본부 수석검찰관 등 요직을 거치며 쌓은 경륜과 인맥도 용기를 내게 한 바탕이었다.

2000년부터 연세대와 법무연수원, 사법연수원에서 행정소송법 강의를 하며 사귄 사람들도 힘이 됐다.

하지만 그가 가장 믿은 것은 '전문성' 이었다.

'토지 수용과 보상 소송 사건'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한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된 것도 알고 보면 '큰 간' 덕분이다.

박사 논문(토지재산권 중 군 관련 소송)을 발표하려 했을 당시, 군 보안당국에서 보안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논문은 개발제한구역보다 군사보호시설 관련 지역이 더 방대하고, 군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보호받을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어서 보안검사를 통과할 가능성도 적어보였다.

그러나 "군의 보안보다 학문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버텨 결국 논문을 냈다.

'토지 수용·보상 사건 전문가'로 꼽히면서 그에게 관련 사건이 자주 들어오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다니며 언론인도 많이 사귀어 언론 명예훼손 관련 사건도 심심찮게 수임한다.

중국 흑룡강성 해림시의 법률고문이란 직함도 갖고 있다.

"대구 사람이 고향 회귀성이 강하다"고 진단한 그는 "대구 사람도 이젠 자꾸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권했다.

경제가 어려우면 법률시장도 좁아지는데 지역에서만 개업하면 파이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한 대구출신 변호사 3명이 공동으로 서울에서 개업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 보다 더 용감한 셈이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사건'입니다.

치열하게 일할 자신만 있다면 시장이 넓은 서울에서 승부를 보는 게 더 매력적이겠죠?"

박 변호사는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영남고 동문인 염규석(40)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사무국장을 추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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