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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광장-불가(不可) 삼불(3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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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00년 4월 학원·교습소·대학(원)생에 의한 과외교습을 허용하면서도 개인적인 과외교습을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는 법률 조항 및 그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이 결정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로서의 비례의 원칙,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수단의 최소 침해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헌법 이론상 잘못된 결정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결정 이후 정부는 법률 개정을 통하여 개인과외교습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되 사회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고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입법·사법·행정적으로 과외 방임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해 해외로 유학·연수를 떠난 학생이 39만 명. 이들의 생활비를 포함한 해외 유학·연수비는 대략 8조1천억 원 정도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사교육비 지출액은 총 국내 교육비 지출액의 34.1% 정도인 7조9천억 원이라고 하니, 국내·외에서 사교육비로 지출된 금액을 합하면 16조 원이 되며 이 금액을 자녀가 있는 가구 수로 나누면 한 가구당 평균 148만 원 정도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교육비 문제를 단순히 자녀가 있는 가구의 가장의 몫에 맡겨 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교육비 지출의 증가는 가계 실질소득의 하락, 저축률 감소, 가계 재무구조의 불건전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소비감소, 임금인상 요구는 투자와 생산 활동의 약화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큰 위해가 되고 있다.

사설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GDP 1%에 해당하는 사교육비 지출은 소비자물가를 0.45% 상승케 하는 요인이 되며 임금을 1.47% 상승시키는 등 거시적으로 GDP를 0.32% 감소시키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국민경제적인 우려 외에도 영어교육 무자격 외국인 강사들의 탈선, 고액 과외를 위한 지하경제의 지나친 팽창, 공교육의 상대적 부실 초래, 계층 간 위화감 조성 및 탈세와 비리의 온상 등 사교육의 폐해로 지적되는 것들은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출산율 저하가 사교육비 문제와 아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율 저하 문제'가 사교육비의 폐해 요인으로서 제대로 지적조차 되지 않고 있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맞벌이 부부의 대부분은 자기들이 맞벌이를 하여야 하는 이유가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옛말대로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타고날지' 몰라도 요즘은 '자기 배울 것은 자기가 못 타고나는' 세상이라 어지간한 부모는 자식 셋을 두기 어렵다.

출산장려금 지급, 건강보험 혜택 확대 정책을 써 본들 영리한 국민은 '배울 것은 다 못 타고 난' 자식들을 앞으로 교육시키려면 그보다 몇백 배의 돈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별무효과인 것이 당연하다.

정부는 작년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놓았고, 교육부는 현재도 사교육비 경감대책 교육현장 제안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교육비 문제를 EBS가 해결할 수는 없다.

교재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는 지적을 못들은 척해서는 안 된다.

가족을 데리고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한국에 남은 부모들은 자식들을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려고 한다.

한국에 남은 부모들은 자식 하나 더 낳을 용기가 없다.

노·장령층 인구는 증가하는데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서 최저 수준임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망국의 길이다.

임시방편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한다.

사교육비 억제 대책으로 사회풍조와 학부모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재정확대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수능시험의 과목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는 여러 번 있어 왔다.

필자는 이른바 3불(不) 정책의 폐기 없는 다른 임시방편은 모두가 대증요법으로 그 지병만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국가목표도 정말 뜻있는 것들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82%가 대학을 가는 나라임에도 국내대학 어느 한 곳도 세계 100대 대학에는 끼지 못하는 현실, 부모들이 등골이 휘도록 사교육비를 부담하였지만 세계적 기준에서 경쟁력이 없는 대졸자들이 양산되고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탄식하는 현실에서 '3불'만을 금과옥조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3불 정책이 사교육비의 폭발적 증가를 막아 온 안전핀 역할을 해 왔다는 주장이 오류임은 객관적 통계와 현실이 보여주는 바와 같다.

3불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종국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된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하루빨리 합리적인 경쟁, 효율적인 경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누구의 몫인가.강정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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