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저자-예순에 '나의 수채화 인생' 펴낸 박정희씨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

박정희(83)씨는 행복한 할머니이다. '내게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 노년의 모습'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박씨는 그런 자신의 행복한 인생과 그림에 대한 사랑을 담아 쓴 책 '나의 수채화 인생'을 펴냈다.

남다르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박씨는 당시 먹고 사는 것도 어려웠던 초등학교 시절, 잡지에 실린 삽화를 따라 그리거나 각종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혼자 그림 공부를 했다. 결혼한 후에도 그림 사랑은 식지 않아, 빨래하러 가는 길에 반짝이는 은사시 나뭇잎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다시 그리기도 한다.

박씨의 그림솜씨는 육아일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육아일기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박씨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장면부터 생생하게 묘사한 책을 만들었다. 그 책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삽화. 둘째 현애를 낳았을 때 식구들의 얼굴을 묘사하는가 하면 당시 아이들이 입던 옷, 선물받은 책도 그림으로 정성스레 그려넣었다.

4남1녀의 자녀 교육에 그림은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됐다. '어머니라는 권위로 혼내고 다그치기보다 함께 즐기고 어떻게 하면 서로 즐거울 수 있을지' 고민하던 박씨는 아이들과 주변의 풍경들을 그리는 것을 즐겼다. 박씨는 "내가 아이들을 기르던 시절의 방학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회상한다. 이런 어릴적 정서 때문이었을까. 큰딸 유명애씨는 수채화가로 활동 중이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끊임없이 수채화로 표현하던 박씨는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과 수채화 그리기의 즐거움을 나누기도 했다.

평생 수채화를 가까이 해오던 박씨는 예순이 돼서야 정식 화가로 등단한다. 한 번도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박씨이지만 수십 년 동안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수채화 그리기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잊지 못할 벗들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 책 읽기의 즐거움은 수십 년 전에 쓴 육아일기와 동화다. 딸과 어머니가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직접 만든 동화책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꾸며져 더욱 정감이 간다.

"은행나무가 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낸 후 얻을 수 있는 그 놀라운 황금빛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그토록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황금기의 놀라움을 만끽하며 즐기고 있다"는 행복한 할머니 박씨의 삶의 지혜도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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