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령 낙동강변 은행나무 10만 그루 철거 논란

"제방 안전에 위협이 되니 빨리 뽑아내라." "은행나무 숲을 제거하는 비용 30억 원을 지원해 달라."

고령군 다산면 좌학리 일대 낙동강 하천부지 24만5천㎡에 밀식된 은행나무 10만여 그루 처리 문제로 고령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나무 숲이 낙동강 제방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제거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 은행나무 숲은 1973년 정부의 하천부지내 나무 식재 허용 방침에 따라, 고령군이 최모(54·대구시 봉덕3동)씨 등 20여 명의 민간인에게 점용 허가를 내 준 곳. 최씨 등은 1994년까지 100만여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었으며 이를 가로수 묘목으로 키워 팔아왔다.

그러나 1994년 하천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하천부지 안에서의 나무 식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점용 허가가 중단됐고 나무 철거 명령이 떨어졌다.

더욱이 우수기 하천 부유물들이 은행나무 숲에 걸려 쌓여 물흐름에 지장을 주는 데다 은행나무 숲이 50m 정도 떨어진 제방 쪽으로 빠른 물살을 흘려보내 제방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령군의 숲 제거 방침에 따라 최씨가 연차적으로 나무를 제거하고 있지만,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나무가 지름 15~30cm, 키 15~20m로 자라 가로수 묘목으로 내다 팔기 어려워진 데다 반출 비용이 그루당 3만~4만 원이나 들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고령군은 오는 2007년까지 은행나무를 모두 제거하겠다는 계획서를 최씨로부터 받았지만,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최씨는 제거 시한을 2015년으로 연기해 달라고 군에 요구하고 있다.

최씨는 "제거 비용이 3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여 자금 지원이 없으면 계획대로 제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재영 고령군 건설과장은 "제거 비용이 많이 들어 낙동강을 관리하는 부산국토관리청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난색을 표함에 따라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