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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에 밴

선지빛마저

다 헹군 물결 위에

두레박

줄 끊어져

꽃으로 떨고 있고

조그만

하늘 하나가

따로 내려 앉는다.

노중석 '수련'

어떤 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언어가 가진 한계와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다 헤아릴 수 없듯이. 때로는 말의 재미를, 때로는 신선한 메시지나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읽는 것 자체가 적잖은 기쁨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수련'은 참신하다.

수십 년 전에 읽을 때나 지금이나 묘한 느낌은 그대로이다.

언뜻 한 설화를 떠올리게 하는 '두레박 줄 끊어져'와 '조그만 하늘 하나가 따로 내려 앉는' 등의 쉽사리 해석되지 않는 정황이 그렇다.

애매한 언어 장치에서 다채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특히 종장 결구에 놓인 '따로'라는 낱말이 미묘하게 읽힌다.

'수련'에서 소우주의 미학을 본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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