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특수상대성이론은 물리학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지켜왔던 뉴턴 역학을 뒤집고 과학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20세기의 시대정신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이 상대성이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과학으로만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김제완(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및 미국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교수), 전영백(홍익대 예술학과 교수), 이상용(영화평론가) 등 14명의 필자가 엮은 '상대성 이론 그후 100년'은 이 같은 아쉬움에서 출발한 책이다.
상대성이론이 과학 외에 철학이나 예술 같은 다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책은 국내외를 통틀어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상대성이론이 과학의 경계를 넘어 우리 삶에 밀접한 문화와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까.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상대성이론의 현재적 의의를 되짚어보며 아인슈타인의 일생을 간략하게 개괄하고, 상대성이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대적 배경과 그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에 덧씌워진 천재성과 창의성의 베일을 들추어본다. 그리고 상대성이론을 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세계관으로서의 상대성이론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2부에서는 철학을 시작으로 미술과 사진, 문학과 음악, 건축, 영화와 애니메이션과 광고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과학분야에서의 발견이 당대 인류의 문화예술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오늘날 그 영향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분야별로 들여다본다.
필자들은 각자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상대성이론을 풀어헤친다. '동시성', '빛의 속도', '4차원 시공간' 등 상대성이론의 주요한 개념이 특정분야에서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세세하게 짚어보기도 한다.
또 그 실험적인 창의성과 거시적인 통찰이 후대 문화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에 주목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를 통해 20세기 다채로운 문화의 밑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미술'사진'영화'애니메이션 등 실사(實寫)를 재현하는 예술에서 시간과 공간의 미학을 어떻게 구현해왔는지, 음악과 건축에서 시공간의 배치에 따른 형식의 파괴와 재건은 어떤 형태로 발전되어 왔는지, 문학과 영화라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서는 상대성이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어떤 모색을 이어가고 있는지, 대중문화의 꽃인 광고에서는 아인슈타인과 상대성이론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이 책은 21세기 과학의 주역이 될 청소년을 주독자로 염두에 두고 전문적인 식견이 없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각 분야의 생소한 전문용어들은 작은 상자로 설명을 덧붙였고, 전자기이론, 초끈이론, 과학철학, 포스트모더니즘 등 본문의 이해를 돕는 시대적 배경과 오늘날의 키워드를 큰 상자에 담아 보다 입체적인 책읽기가 되도록 구성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