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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여행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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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이 신문에 게재될 즈음이면 나는 영국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을 듯 싶다.

여름 휴가를 일찍 가는 셈치고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무슨 여행이든 그렇겠지만,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떠나기 전, 여행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동안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좀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

고맙게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정을 일찍 뺄 수 있었고, 덕분에 비행기표나 각종 교통비를 놀랄만큼 절약할 수 있었다.

준비할 시간이 넉넉해지니까, 인터넷으로 필요한 자료를 양껏 찾아볼 수 있었다.

즐거웠다.

이렇게 준비하는 걸 보니, 내가 정말 여행을 가긴 가는구나 싶어지면서, 낯선 곳에서 새로운 풍경과 처음 보는 얼굴과 대면할 걸 생각하니 은근히 가슴이 설렜다.

여행은 그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 이미 반 이상 실행이 돼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의 완성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어떤 여행전문가는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상에서 벗어났다가 결국은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석이 쓴 '일상의 발견'이라는 책에는 '인간은 돌아오는 동물이고, 귀환(歸還)의 진한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디론가 출발해야 한다'면서 여행의 참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여행은 '기억'에서 완성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밟았던 낯선 거리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때 순간순간의 감흥을 틈틈이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연장하게 된다.

직장과 가정 때문에 큰 마음 먹지 않으면 여행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여행의 기억은 추억인 동시에 위안이며, 팍팍한 일상을 돌파하는 해방구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지금, 나는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며, 또 하나의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낯선 거리를 걷고 있다.

대구MBC 구성작가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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