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한 개 사는데도 수십 번을 고민해야 합니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 8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도모(56·여)씨. 그가 14일 오전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 및 대구지역 저임금 노동자의 실태 사례 발표' 기자회견에 들고 나온 가계부는 적자 투성이었다.
하루 8시간씩, 꼬박 한 달 간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냄새나는 화장실을 쓸고 닦아 손에 거머쥐는 돈은 65만 원. 아무리 아끼고 아껴 살아도 가계부에 쓰여진 지출은 82만5천 원.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밥이라도 굶지 않기 위해 뛰어 든 일이지만 매달 7만5천 원이 적자다.
"이번 달에는 작은 며느리가 출산을 해 미역을 사 주었더니 적자가 더 늘었어요." 지난달에는 모자란 만큼 돈을 빌렸다. 이번 달에도 지난달에 빌린 돈과 모자란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또 돈을 빌려야 할 판이다.
얼마 전에는 길을 가다 노점에서 파는 과일이 너무 싱싱해 보였다. '살까 말까' 수 십번의 생각 끝에 가격을 물었더니 3천 원. 그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2천 원 짜리 과일은 없더라구요."
시계바늘처럼 돌아오는 제사, 손자, 며느리, 자식들 생일은 피하고 싶은 날이다. 한 달에 10만 원씩 저축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그에게 노후 대비는 사치다.
그는 "쉴 틈이 없이 일하고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현실은 절망만 남는다"며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임금의 50%선인 81만5천1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대학의 최저임금을 받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실태.
이 대학이 용역계약을 통해 도급을 준 1권역 회사 및 2권역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은 100명. 모두 여성들이다. 이들이 받는 월급은 64만1천840원. 여기에는 퇴직금까지 들어 있어 일을 그만두더라도 퇴직금도 한 푼 없다.
한 관계자는 "학교가 남녀에 대한 고려없이 전체인원에 대한 최저임금액을 용역총액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노동강도를 따져 남자들에게 84만 원을 지급하면 총 용역금액에서 여성들에 대한 퇴직금을 보전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할 수 없어 구조적인 불법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은 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한다. 올해는 이달 말 결정해 9월부터 적용된다. 현재 노동계는 시간당 3천900원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측은 현재보다 3% 인상된 시간당 2천925원을 제시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환경미화원 도씨의 한 달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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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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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감기 등 병원비 10만 원
임대료 7만 원
전기세, 수도세, 연료비,
오물세등 관리비 14만 원
가스비, 전화세 3만 5천 원
의복비 5만 원
용돈 5만 원
교통비 5만 원
점심식사비 5만 원
건강 보험료 8만 원
부식비(쌀, 반찬) 10만 원
친목계 계금,축의금,조의금 1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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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8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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