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15바퀴 달리기'.
6개월 전만 해도 박순자(48'여)씨가 매일 하루를 여는 방식이었다. 나이에 비해 심하다 싶지만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뜀박질 마니아. "꼭 새벽 운동뿐 아니라 평소 때도 생활에 쫓겨 자주 뛴다"는 박씨는 그만큼 달리는 일에 이골이 나있다. 어릴 때부터 마냥 달리기를 좋아했다는 박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 시합을 하면 1등을 놓치는 일이 없을 만큼 실력 또한 남달랐다. "요즘도 웬만한 젊은 사람들보다 빠르고 오래 달린다"라고 자신할 만큼 박씨에게 달리기는 내심 자랑거리다. 그렇게 달리기는 그녀에게 삶의 유일한 활력소가 되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 너무 무리한 달리기 탓에 지난 2003년 12월부터 무릎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서 운동 탓이라고 경고했지만 박씨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음식점 일도 힘든데 뭐하러 운동을 심하게 하느냐"라며 거들지만 그녀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특히 남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매일 새벽 심한 운동을 하고 밤 늦게까지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인이 안쓰러워 한소리씩 했다. 하지만 "하루라도 달리기를 안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허전하다. 줄여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운동을 하면 욕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프면서도 달리고 그러면 더 통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발목까지 통증이 시작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음식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점을 못할 만큼 통증에 시달리자 비로소 박씨는 달리는 일을 접었다. 그 대신 그녀가 택한 건 헬스. 헬스를 하면 통증이 사라질 거라는 헬스관장의 말에 솔깃해서 매일 헬스장에 들락날락거렸다. 하지만 헬스장에서도 무리를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헬스관장이 깜짝 놀랄 만큼 보통 2시간을 정신없이 헬스에 전념했다. 그렇지만 몸은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나빠졌다.
전국을 돌며 용하다는 병원, 한의원을 찾아다녔지만 그마저도 가는 곳마다 진단 결과가 달라 박씨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어떤 데서는 무릎이 퇴행성이라 하고 다른 곳은 손이 퇴행성이라 하면서 뚜렷한 처방을 못하더라구요". 박씨는 '혹시 못 고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점점 초조해졌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매일신문 건강이벤트 기사를 보고 신청하게 된 것. "뭔가 행운을 잡은 것 같은데…"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박씨는 치료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박씨는 요즘 우울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달리기를 못하니 답답하고 삶의 의욕도 잃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씨를 한숨 짓게 하는 것은 6개월 넘게 휴업 상태인 음식점. "4년 동안 해오던 음식점을 계속 놀리고 있으니 생계도 걱정이 돼요."남편이 박씨의 음식점을 도우려고 군무원을 그만둔 것도 박씨의 마음에 영 걸린다. "남편이 군무원 일을 그만둔 걸 후회할 때면 너무 미안해진다"라고 토로한다. 이래저래 박씨는 착잡한 마음을 가누질 못한다.
◆전문가 진단
"박씨의 오른쪽 무릎과 발목의 통증은 과다하고 반복적인 운동으로 인한 신체 비정렬 때문"이라고 이종균 운동사는 진단했다. 이 운동사는 박씨의 X-ray를 보며 "척추가 오른쪽으로 약간 휘었고 오른쪽 횡복근과 다열근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골반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되면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앉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힙 외회전근에 지나친 수축을 준다는 것. 이 운동사는 "이로 인해 오래 서있을 때나 걸을 때, 또는 산을 내려올 때 오른쪽 무릎과 발목에 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무릎이 결리고 발목이 따가운 등 통증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결국 척추와 골반을 정상적으로 잡아주는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면 자연히 오른쪽 무릎과 발목의 통증을 없앨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당신도 운동중독?
박순자씨와 같이 무리인 걸 알면서도 운동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운동 중독(exercise addiction)' 혹은 '운동 탐닉'에 걸린 사람들이다. 운동도 술과 마약과 같이 매우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매일 1시간 이상씩 운동을 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운동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운동 중독은 운동을 심하게 할 때 나타나는 '베타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의 작용 때문에 생긴다. 베타 엔돌핀은 탈진 상태에 이를 정도로 전력을 다한 운동을 할 때 최고치에 달한다. 이 호르몬은 아편이나 모르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상승하면 긴장이 완화되고 유쾌한 기분과 함께 행복감을 느낀다. 이 기분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동 중에 발생하는 통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운동을 거의 매일 30분 이상하면 베타 엔돌핀에 대한 의존성 반응이 생긴다.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정서 불안이나 의기소침, 가벼운 우울증과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에 중독된 사람들은 발목이 아프거나 무릎이 시큰거려도, 또는 허리가 아파도 그것을 운동의 즐거움을 위한 사소한 고통쯤으로 알고 참는 경향이 있다.
운동 중독은 결국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인대가 늘어나고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근골격계의 손상을 가져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도움말: 이종균 닥터굿스포츠클리닉 운동사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이종균 운동사가 박순자씨에게 골반 모형을 보이며 통증 원인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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