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 前회장 "채권단 권유로 출국"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煙台) 대우자동차 중국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종적을 감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당시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를 받아 도피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전 회장은 세계경영의 일환으로 동구권 진출을 위해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으며 해외 체류 중 독일과 수단, 프랑스, 베트남 등지를 왕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중수부는 14일 귀국과 동시에 검찰에 체포된 김 전 회장이 본격 조사에 앞서 돌연 출국 배경과 그간의 행적, 귀국이 늦어진 배경 등을 간략하게 털어놨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대우그룹을 정리하려는데 그룹 총수가 국내에 남아 있으면 서로 부딪히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잠깐 나가 있어 달라"는 채권단과 임직원의 권유를 수용해 외유길에 올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03년 1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과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김대중 당시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리의 설득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고 말한 내용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국내에 재판이 계류 중인 상태여서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귀국행을 미루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이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귀국했다고 설명했지만 악화된 건강상태도 귀국 결심의 요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프랑스 국적 취득과 관련, "1987년 4월부터 세계경영의 뜻을 품고 동구권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우리의 미수교국인 동구권 접촉이 어려워 이들 국가와 국교 수립이 이뤄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게 됐을 뿐, 이 외에 다른 뜻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 여권이 이미 만료된 상태여서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임시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5년8개월 만에 귀국했으며 프랑스 여권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1999년 해외에서 종적을 감춘 이후 독일과 수단, 프랑스, 베트남 등지를 오가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으며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것으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데다 장협착증 증세까지 있다고 들었다. 외견상으로도 건강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조사과정 틈틈이 휴식을 취하게 하고 의료진에게 진단서를 제출토록 했으며 변호인 측에서도 대검 청사 밖에 의료진을 대기토록 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대검에 압송된 직후 곧바로 11층 조사실로 향했으며 북엇국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 뒤 휴식을 취하다 오전 11시부터 본격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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