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벤처 세계의 중심은 기업아닌 캐피털"

벤처 생태계의 중심이 벤처기업에서 벤처캐피털로 바뀐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최근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이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의 경영 및 마케팅 지원 등에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40%가 매년 인수·합병(M&A)으로 사라지는 역동적인 '미국식 벤처 생태계'가 국내에 도입되는 셈이다.

이번 벤처활성화 보완대책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투자회사나 창업투자조합이 창업한 지 7년 이내의 벤처기업에 대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 경영 지배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벤처캐피털이 최고경영자(CEO)의 교체 등 구조조정과 M&A를 주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벤처기업이 창업 초기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고, 2000~2002년 벤처 거품시기와 같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조합에 대해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현행 30%에서 최고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창업투자회사가 아닌 소규모 엔젤투자자들이 설립한 유한회사가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고 모태펀드에서 일부 출자를 받아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미국형 투자조합 방식'도 내년 상반기 도입된다.

대구테크노파크 한정열 사무국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기업이 부딪치는 가장 큰 애로가 자금조달과 경영 및 마케팅 능력 부족"이라면서 "기업의 틀을 갖추는 데 수년을 허비하거나, 시장 진입조차 못하고 실패하기보다 창업자가 CEO를 양보하고 최고기술 담당이사(CTO)로 남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진입해 기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역할의 확대는 또 벤처캐피털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대박'을 낼 벤처기업을 찾아내는 안목이 아니라, 벤처기업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 있도록 키워내는 능력을 벤처캐피털이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벤처생태계가 조성될 경우 평판과 실력을 갖춘 벤처캐피털에는 자금과 인력이 몰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벤처캐피털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