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마음 기대려면 토란잎처럼 굴려 보내고

뻣뻣하게 발통으로 내빼버리는 고얀 놈이지?

잘 하면 그대 몸뚱이 튕겨 나올 것 같지?

고정 판을 풀고 레버 확 당겨 봐

나 알고 보면 괜찮은 놈이야 잘 다뤄봐

믿어 봐, 몸 뒤로 젖혀봐, 깊숙이 앉아봐

부디 날 길들여 봐 그대 안락의자 되고 싶어

계산에서, 활자에서, 관계의 그물에서 벗어나

스르르 그대 잠에 들도록 안아주고 싶다니까

홍성란 '그대 안락의자'

물방울을 보듬지 못하고 곧장 굴려 보내는 토란잎을 도입부에 적절히 배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진정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못하랴.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그대를 위해 안락의자쯤 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시는 이렇듯 신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서로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일은 사랑의 중요한 한 덕목이다.

서로에게 미쁘게 길들여지기 위해 계산과 활자와 관계의 그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의 품에 깊숙이 안길 수 있는 사랑! 그런 붙박이 사랑이 천년만년 한결같기를 희구해 본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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