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조 시장 힘내세요

조해녕 대구시장. 딱히 어떤 분이라고 평하기에는 참 어려운 분이다.

시청 출입을 하면서 자주 가까이 대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기자의 관점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대구의 수장이란 간극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얼마 전 조 시장과 마주앉을 기회가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요. 새벽 1, 2시쯤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지요." 대구시가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한전 유치신청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때였다.

조 시장은 자주 불면의 밤을 보낸다.

얼마 전에는 달성 현풍에 조성 중인 테크노폴리스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지하철 참사 때는 아마 훨씬 더했을 것이다.

외양은 화려해 보이지만,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고달픈 자리인 듯하다.

그는 정치와도 담을 쌓은 시장이다.

문희갑 전 시장과는 달리 추종자를 모으지도 않고 사적으로 식사자리도 잘 만들지 않는다.

시간이 나면 곧바로 퇴근해 책을 읽고 시정을 구상한다.

어떤 자리에서도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테크노폴리스와 낙동강 프로젝트, 대구의 비전 같은 얘기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그만의 특성이다.

한마디쯤 농담도 있으련만 그것조차 없다.

조 시장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도 좀 알게 되면 담백하고 논리적인 성격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조 시장의 노심초사에도 불구하고 대구 상황은 영 다르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요즘 '뭐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연전연패다.

정부 제2전산센터 유치 실패, 한전 유치 포기, 지하철 3호선 불투명, 밀라노프로젝트 제동….

그렇다고 사방을 둘러봐도 별다른 우군도 없다.

대구 사람을 무슨 '괴물'쯤으로 여기는 청와대·정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도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대다.

온통 암담한 상황이다.

조 시장의 속이 시꺼멓게 타들었을 법하다.

조 시장을 잘 아는 어떤 분의 평가다.

"조 시장은 문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80년대 내무부의 '조조(曹操)'라 불렸던 것도 이 때문이죠. '잘난' 사람에게도 약점은 있지요. 자기 자신을 너무 믿기 때문에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적합한지는 의문입니다.

"

조 시장의 남은 임기는 1년 남짓. 그가 막판 스퍼트에 나서줄 것을 믿는 이들이 한두 명은 아니다.

어려운 경제에 주눅 든 대구 사람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건투를 빈다.

박병선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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