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끝난 TV 드라마 '불량주부'는 실직하여 주부(主夫)로 전락한(?) 남자와 직장에 다니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게 된 아내가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드라마에서 남자는 밥을 짓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청소며 빨래 등 전업주부 노릇을 하면서 뒤바뀐 부부역할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하게 한다.
◇ 요즘 미국에서는 직장을 가진 아내 대신 가사와 육아를 도맡는 '미스터 맘(Mr. Mom)'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다. 최근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내 수입이 가족을 부양할 수준이라면 직장을 그만둘 의사가 있다는 남편이 작년 43%에서 올해 49%로 늘어났다. 워싱턴의 공공정책연구소인 고용정책재단 조사로는 무직 남편들 중 가사전담 경우가 20년 전엔 3%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10명에 4명꼴로 늘어 사상 최다인 10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10여 개 주에 미스터 맘 단체가 조직돼 살림기술과 화(火) 다스리는 법 등을 가르치고 상담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해 법과 제도로 정착시키는 방안이 국내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특히 '부부재산제' 도입에 여야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혼할 때 여성이 재산의 절반까지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혼인 중에라도 청구할 수 있으며,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처분할 땐 배우자 동의를 얻도록 한다는 것이다.
◇ 소송이혼 경우 전업주부는 재산의 30% 정도를 받던 종전 판례와 비교하면 엄청난 인식의 전환이다. 현행법이 재산형성에 대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기여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부간의 실질적인 경제적 평등을 이루고 명의 없는 배우자의 불합리한 피해를 막자는 것이 그 취지다.
◇ 또 이와 별도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소득공제로 보상해 주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추진되고 있으나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과의 형평성이 문제시 되고 있다. 아무튼 그간 학계와 여성계의 연구와 주장에만 머물렀던 가사노동 가치 문제를 공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또 누가 알랴. 한국판 미스터 맘들이 크게 늘어 전업주부(專業主夫)의 가사노동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소리높이 외치는 날이 올지.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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