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프로 전용야구장을 건설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움직임은 프로야구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대구 팬들과 야구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있어왔으나 탁상공론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양상이 다르다. 대구 야구팬들로 구성된 '대구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대사모)'은 지난 5월 19일부터 야구장과 대구시내 중심가, 인터넷 등을 통해 새 야구장 건설을 촉구하는 서명작업을 시작해 여론몰이에 나섰고, 한 달여 동안 6만2천427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무총리실, 문화관광부 등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용야구장이 없는 대전, 광주 등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서명작업을 유도하기도 했고, 지난달 29일에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회장 김동수·현대유니콘스 주장)가 대구, 대전, 광주 등지의 야구장 개선을 골자로 하는 청원서에 5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관계당국에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본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용야구장 건설의 당위성을 보도했고, 특히 지난해 4월 이후부터는 여러 차례 집중보도에 나서 여론 조성과 함께 관계당국의 성의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구에 전용야구장이 없다는 것은 '구도(球都) 대구'의 명성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경북고와 대구상고, 대건고가 트로이카를 형성한 대구야구는 1960, 70년대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대건고 대신 대구고가 가세, 전국 고교야구를 선도해 왔다.
또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대구 연고구단으로 출발한 삼성 라이온즈는 아마야구의 풍부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막강 전력을 구축해 국내 프로야구계를 이끌어 왔고, 팬들도 야구에 관한 한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열기를 과시하는 등 전용야구장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전용야구장 건설로 가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야구장 건설에 필요한 1천억 원 이상의 재원마련이 최대 걸림돌이다. 대구시는 1995년 수성구 대흥동 일대 50만 평에 대구체육공원 조성 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전용야구장 건설을 계획에 포함시켰고 여당의 유력인사도 지난해 전용야구장을 2008년까지 건설한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삼성은 "대구시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한 기업이 나서기는 힘들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 최신식 시설로 완공된 인천 문학구장(수용인원 3만130명)의 경우, 602억 원의 경비가 들었지만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축구장과 함께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3천여억 원의 예산 중 상당부분을 부담해 건설할 수가 있었다.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힘들다는 얘기다.
삼성 측은 오래전부터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지만 대구시와 정부가 예산을 분담할 경우, 3분의 1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는 자세를 견지해왔지만 대구시와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연고구단이긴 하지만 한 기업에 1천억 원이 넘는 재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전용야구장 건설의 해법은 대구시와 정부가 갖고 있는 셈인데 기다림에 지친 팬들이 이번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는 대구시와 정부가 최소한의 답변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된다든가, 안 된다든가 속시원한 답변이 필요하다. 그래야 팬들이 희망을 갖고 전용야구장에서 응원할 날을 기다리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 아닌가?
이와 관련, 4일 정하영 대구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이 지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전용야구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크게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대구시가 전용야구장 건설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는 의문이다. 대구시가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계획대로 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용야구장 건설 방안도 헛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 야구 팬들은 언제쯤 전용야구장에서 응원할 수 있을까?
정지화 스포츠생활부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