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국정원 도청 파문이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인권 유린' 'DJ(김대중 전 대통령) 흠집내기'로 비쳐지며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미리 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몇 가지 내용으로 집약된다. 우선 △불법 도청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정치권 일각의 관측처럼 DJ 흠집내기 등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진상 규명은 정부의 자체조사와 검찰에 맡기고 그래도 의혹이 있으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하자고 제안하고,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는 현행법상 어려우므로 국회에서 특별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 처리 등에 관한 진실위원회법'을 제출키로 하는 등 화답했으나, 야4당은 특검법안을 9일 발의키로 했다.
◇정치적 음모 없다
노 대통령은 도청 사건은 정부나 대통령이 파헤친 것이 아니고 터져나온 것으로 아무런 의도도 음모도 없다고 강조했다. DJ를 흠집내거나 연정 제안 등 정치권 새판짜기의 차원이 아니란 것.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역정은 오로지 진실대로 하는 것이었다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내가 썼던 술수가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말했다.
◇진상 밝히는 것이 대통령 의무
노 대통령은 국정원 도청 파문이 터져나와 부닥친 만큼 최선을 다해 진상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라고 했다. 터져나온 진실을 덮을 힘이 대통령에게 없다고도 했다.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노 대통령은 "도청은 정·경·언 유착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본질적인 문제이며 인권침해"라면서 "정경유착은 5공 청문회 때부터 불거져 상당히 밝혀졌지만 도청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며 진실 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내용공개 특별법 만들자
노 대통령은 그러나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는 수사와 별개라고 정리했다. 불법으로 얻은 테이프인 만큼 이를 공개하는 것도 불법이므로 정치권에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테이프 내용에는 사회정의를 위해 반드시 밝혀야 할 구조적 비리도 들어있는 것 같다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대신 진상규명은 정치권 논란처럼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아니라 정부 기관을 믿어달라고 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국가 시스템에 맡기지 않고 정략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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