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돌연 입원'…정치권 촉각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돌연 입원하면서 '국민의 정부 도청 공개' 파문 이후 골이 깊게 패인 전.현 정부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동교동의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DJ의 입원사실을 알리면서도 구체적인 입원 배경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함구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국정원 발표 이후 DJ의 심기에 대해 "아주 불편하다"고 전해온그의 언급에 비춰볼 때 DJ가 도청 파문으로 인한 심신의 피로로 입원에 이르게 된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주치의인 장석일 박사는 김 전 대통령 용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흉부 X선 및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 결과 세균성 폐렴으로 확인됐다"며 약 일주일간 입원치료가예상된다고 밝혔다.

DJ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여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과 정세균(丁世均)원내대표,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 등이연일 공개 석상에서 "불법 도청을 정권 차원에서 차단한 것은 국민의 정부", "DJ는인권과 평화를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분" 등의 발언을 통해 DJ의 진노를 누그러 뜨리려 안간힘을 써왔지만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의장과 배 총장은 즉각 대책모임을 가졌으며, 이후 배 총장이 DJ가 입원중인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문병을 갔다. 문 의장은 문병을 11일로 미루는 대신 쾌유를비는 난을 보냈다.

당초 '진사' 파견 일정이 병문안으로 변경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측은 문 의장과배 총장 등이 오는 13일 김 전 대통령의 도쿄납치 생환 32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해국정원 발표와 관련한 오해를 풀 예정이었다.

DJ측은 외부인사의 면회를 일절 받지 않았지만, 배 총장은 검사를 마치고 올라오는 DJ를 병실 밖에서 만나 "죄송합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김 전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쪽에서는 11일중 김우식(金雨植) 대통령 비서실장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병문안을 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발표에 대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해온 민주당은 DJ 입원소식을 즉시 여름휴가 중인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알렸다.

신낙균(申樂均) 수석부대표와 조한천 사무총장, 유종필(柳鍾珌) 대변인 등은 병원으로 찾아갔다가 DJ를 만나지는 못했으나,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DJ를 직접대면하고 위로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입원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과거 국민의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문병할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DJ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병상 정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대연정 발언, 도청 파문 등이호남 민심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국민의 정부시절 불법도청 보도가 나온 이후 DJ가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그러나 DJ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이미 현실정치를 떠난 분"이라며 "병상정치는 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한편 한나라당도 여권과 DJ와의 갈등 양상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DJ를 입원하게 만든 셈"이라며 "아무리 의리와 배려가 없는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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