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메라만 들면 '세상은 나의 것'…대구디카모임

사람이 좋아서, 그리고 사진이 좋아서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디카모임(http://daegudica.co.kr) 회원들. 말 그대로 디지털카메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카메라만 들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이들을 만나 사진찍기와 사람 사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주 어느 날 저녁 대구 지하철 1호선 칠성역 앞에서 '번개'가 열렸다. 그냥 모이자고 하면 될 것을 홈페이지 공지란에 '매일 기자와의 만남'이라는 거창한 제목까지 달아버렸다. 운영진이자 야외촬영 진행을 맡은 김창숙씨는 "10명 정도 모일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카메라 동호회라길래 그저 소형 디카(모임회원들은 이런 컴팩트 디카를 '똑딱이'라고 불렀다)를 들고 나올 줄 예상했는데. 웬만한 전문가 뺨치는 장비를 갖추고 하나 둘 나타났다. 모인 회원은 모두 12명. 신천의 야경을 주제로 촬영이 시작됐다.

대구디카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끈끈한 정이다. 직업도 대학생, 공익근무요원, 회사원, 사장님 등등 천차만별이다. 이날 번개에 참석한 사람의 경우 23살부터 38살까지 나이 분포도 넓고 들고 온 카메라 등 장비 가격도 마찬가지. 운영진이자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박은미씨의 경우 11만 원짜리 필카(필름을 넣어쓰는 일반 카메라)를 쓰는데 비해 장비에 대한 욕심(?)이 많은 킴스로드님은 1천500만 원어치의 장비를 어깨에 메고 다닌다. 하지만 비싼 장비를 쓴다고 자랑하지도, 값싼 카메라를 갖고 있다고 주눅들지도 않는다. 올해 서른살의 중고참격인 떠버리님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좋아서, 사진이 좋아서 모였기 때문"이란다.

한때 5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지만 출석이 저조한 회원은 과감히 정리하고 지금은 250명 남짓. 정기모임이나 출사(사진 찍으러 나가는 것), 번개 등에 참석하는 열성 회원은 40~50명 정도다. 현재 회원수만 1천500명이 넘는 다른 동호회 운영진도 최근 대구디카모임에 가입했다. 가입 이유를 "사람 사는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모임이라서"라고 답했다.

사실 대구디카모임은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모인다. 홈페이지 '이달의 일정'란에서 7월 코너를 확인했더니 거의 이틀 걸러 한번꼴로 '번개'였다. 운영진인 김창숙씨의 변명(?). "영화 보고 싶으면 번개치고, 소주 한잔 생각나도 번개를 치죠.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하는 거고, 아니면 말고."

누가 사진을 잘 찍느냐는 질문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답이 날아왔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았더라도 '때'를 맞추지 못하면 작품사진을 얻을 수 없다는 것. 공모전에 참가해 상을 받는데도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이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작품갤러리'에 등극하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안다. 회원들마다 추천에는 워낙 인색하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그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추천을 하지 않기 때문에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기도 쉽잖다.

1시간30분 가량 촬영을 한 뒤 뒷풀이에 나섰다. 사진찍기보다는 뒷풀이가 마치 주메뉴인 것 같다. 회원 한 명의 평균 주량이 소주 2병쯤. 좋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취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보통 밤 12시쯤 돼야 번개가 마무리된다고 했다.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대구디카모임'의 여름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김수용 기자 ksy@imaeil.com

사진 : 대구디카모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회원끼리의 끈끈한 정.

[회원 추천 작품 갤러리]

동호회원 임현국님의 '그대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동호회원 두두둥님의 '봄날의 우포'

동호회원 킴스로드님의 '와호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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