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들의 눈물 머금은 保險 해약

생계 자금 마련 등 급전이 필요해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 계약을 해약하는 사람이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많다고 한다. 통상 보험 계약은 만기 전에 해약하면 보험료의 60~70%를 돌려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금융 상품 중 가장 마지막에 해약하는 것이 보험이다. 보험 해약자 급증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보험개발원의 집계에 따르면 보험 계약을 해약하거나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해 효력을 상실한 국내 23개 생명 보험사의 보험 계약 건수가 988만 건에 달했다. 더욱이 해약'효력 상실 보험 계약 건수가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증가 추세인 반면 건당 해약 환급금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이는 소액 보험 가입자, 즉 서민들의 보험 해약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각종 거시 경제 지표가 느리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은 설비 투자 회복세가 미약한 것을 제외하면 수출'소비'건설 투자 등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보험 계약마저 해약할 정도로 싸늘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가 성장해도 성장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양극화가 원인이다. 특히 정부가 환율 방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지원하고 있는 수출 제조업은 고용 창출과 내수 회복에서 그 역할이 한계에 도달했다. 설비 투자를 꺼리고 고용 없는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유통'금융 및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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