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정말 '기업 하기 좋은 도시'인가. 길거리마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라는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있는 캠페인을 보면서 그래야될 텐데라는 기대 속에도 한편으로는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다수 대구시 공직자들의 기업 투자 유치 의지와 지원 열의, 그리고 몇 건의 기업 투자 유치 성공 등을 보면 대구가 기업 하기 좋은 도시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인 신뢰와는 딴판으로 바깥에서 투자 기업인들의 원성과 하소연을 들어보면 대구는 참 낯부끄러운 도시고 기업해 보고 싶은 맛이 안 나는 도시로 낙인찍혀 가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아파트 건설업계나 시행사 등 최근 몇 년 사이 대구로 진출했던 주택사업 관련 기업들의 경우, 그 원성을 좀 과장되게 대변해 주자면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그 사람들의 울분은 크게 두 가지다. 부산이나 인천 같은 다같은 직할시들은 아파트 경우 층수나 용적률을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더 높여 지으라고 되레 권유할 정도인데 유독 대구는 거의 100% 깎아내려 버린다는 게 일치된 주장이다.
업계에서도 교통영향평가 등에서 도시 기본환경이나 도로 여건이 타 도시와 다를 수도 있고 깎아내릴 수밖에 없는 명분이 있을 수도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인은 지원해 주자는 마인드보다는 치고 깎고 때리는 방향, 고달프게 만드는 쪽으로 다루는 듯한 느낌을 더 받아왔다는 심경을 이런 비유로 토로했다.
"대구요? 자기집 소가 송아지 낳은 걸 기뻐하기보다 이웃집 소 다친 걸 더 즐기고 기분 좋아하는 도시 같습니다." 관청은 신속한 인'허가 권한을 통해 최대한 사업 기간을 단축시켜 수익률을 높여주고(그만큼 입주자의 분양가 부담도 줄어든다) 이름 있는 교수들은 심의 전문가로서의 학문적 실력을 통해 업자보다 한 수 더 높은 지식'기술을 가르쳐 투자 이익이 더 나오도록 방법을 이끌어 주는 데서 권위와 보람을 찾아야 옳지 않으냐. 그런데 거꾸로 깎고, 미루고, 걸고 기부채납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아 보니 관청은 위세 부리고 전문가 그룹은 군림하는 것 같다는 불평이 팽배해 간다는 것이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라는 플래카드를 비웃고 떠난 기업인은 국내 기업체뿐이 아니다. 어느 유태계 미국 기업체가 1천억 원 정도 대구에 투자해 보고 싶다고 시를 찾았다. 그런데 대구시 담당 간부가 투자를 못 받아주겠다고해 어떤 조건으로 다시 맞추면 될는지나 알기 위해 "무슨 이유로 안 됩니까"고 물었더니 이유 설명이나 대안 요구 대신 대답이 이랬다고 했다. "내 맘이다." 그 기업인이 분에 못 이겨 몸을 부들부들 떨던 모습이 생생하다. 두 번째는 울며 겨자 먹기식 기부채납이다. 아파트 허가 해주고 교평심의 해주는 조건으로 몇 년 동안 묵혀 놓았던 건설 사업 같은걸 대신 업자가 해내라고 하는 시설 기부 강요다. 법에 따라 인허가 해주든 말든 하면 됐지 수천억 땅 매입 다해 놓고 제때 인허가 안 되면 죽게 돼있는 기업 측의 약점을 쥐고 관이 해야할 개발 사업을 민초에게 대신 해내라고 요구하는 식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1년을 끌고 있는 범어로터리 주상복합단지 경우도 2호선 지하철에 출입 통로도 안 뚫어놓은 바보 같은 '미스'를 저질러 놓고는 업자에게 '네가 대신 해주면 허가 층수를 올려주도록 해주겠다'고 떠넘겼다. 그 공사비가 300억 원쯤 되다.
인허가가 지연될수록 토지 매입 투자액 이자만 하루 1억 원씩 공중에 날아가는 판에 '못하겠소'할 수가 없다.
업자 길들이기, 인허가 심의 질질 끌기, 기부 강요가 심하다는 불만에다 극소수 땅부자의 알박기 시비로 대구가 타 지역 건설업계에서 '괴팍스럽고 웃기는 도시'처럼 술안주가 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된다. 시장님 원망하는 소리도, 업자 두둔하는 소리도 아니다. 대구를 위해 더 잘하고 더 많이 변해 보자는 말이다.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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